[기고] 영화 “나비와 바다” 감상문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06-07 09:55:19

 

[문화/영화 “나비와 바다” 감상문]


- 장애인의 현실과 고민을 담아내다.

 

 

 


▲ 이윤선(뇌병변 1급, 춘천시장애인근로작업장 근무)


장애인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스크린에 담아낸 “나비와 바다”는 4년 전 작품이다. 근간에 들어 TV로 보았는데 장애인 당사자인 나로서는 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다. 실제 뇌성마비 장애인두 남녀가 출연하여 자신들의 일상과 결혼까지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가감 없이 장애인의 일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장면을 중심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남자 주인공은 39살이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힘들다. 어느 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였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주인공을 돌보지 못하였기에 혼자 지내게 된다. 힘겹게 계란을 깨서 밥을 비벼 먹으며 하소연 한다. 어머니가 도와 줄땐 외출 준비를 하는데 30분 걸리지만 스스로는 2시간이상이 걸리니 어머니가 없는 미래를 걱정 한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돌보는 것이 전적으로 가족 책임이어서 부모들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을 자녀 걱정을 하는 현실이다.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눈물이 났다. 남편이 죽을 때 남자 주인공을 데리고 가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자식이 부모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장애인 부모만이 공감할 수 있는 슬픔일 것이다.


집에서만 지내던 남자 주인공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며 장애인 영화를 만들어 출품을 한다. 이 때 상금 30만원을 받아서 아버지에게 주고 아버지는 그 돈을 간직한다. 평생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아들이 번 돈이 소중하였던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은 경제활동과 무관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은 일을 하는데 불편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작업장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많은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은 뇌성마비 여자 친구를 만나 사랑에 충실 한다. 사랑은 보편적인 감정이고 표현도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고 무척 예뻐 보인다.


그리고 장애인 자식의 결혼을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태도가 주목된다. 남자 주인공 어머니는 아들과 결혼할 여자에 대해 장애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말만 조금 더 잘하고 힘이 조금만 세서 아들을 케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 한다. 부모의 장애인 자식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결혼을 하면 모두가 불행해 지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두 번째는 부모가 죽은 후 자신을 보살피고 케어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면 결혼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장애인 자식을 키우면서 죄인처럼 살았다고 말한다. 이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장애인과 가족은 세상의 부당함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모든 게 자신의 탓인 양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살아간다. 장애인은 차별이 있어도 참고 잘못된 것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자이고 세상과 싸워도 결국은 지고 만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영화를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과연 비장애인들에게도 공감과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다큐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현실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비장애인들에게 알리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장애인을 그린 영화가 제작되어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