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시각장애인 역리학회 강원지부(이하 역리학회)는 지난 1971년 7월 역술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설립된 단체로 그 역사가 오래 됐다. 현재 역리학회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바로 손진춘 씨(56세/시각장애 1급)다. 손 지부장은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역학에 몸 바쳐왔다.
시각장애인인 탓에 어려서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명리, 사주, 궁합 등 각종 진단을 역술로 풀이하는 역리학에 입문했다. 그 당시의 역학은 안마와 침술과 함께 시각장애인의 3대 직업이라고 꼽힐 만큼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택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많이 개선되기는 했어도 역학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과 더불어 맹인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곳에서 안마나 침술을 배우는 시각장애인들도 덩달아 증가한 탓에 지금은 역학에 대해 배우려는 사람이 적어졌다며 손 지부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원주의 시각장애인 인구수는 1,700여명(2017년 12월 기준)이지만 이 중에서 역술을 하는 사람은 채 몇 명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손 지부장은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마음과 꿈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라면서 역학의 길에 입문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용학사라는 철학관을 운영하면서 정신이 아픈 사람들을 종종 받고는 했는데 그런 이들을 치료해 돌려보낸 일 하며, 역리학회 회원들과 함께 포도마을이나 천사들의 집, 갈거리사랑촌, 상애원 등의 장애인 노인 복지시설에 무료 봉사를 다니고, 장애인기금마련 및 결식아동 돕기 행사를 통해 형편 어려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급식비를 지원한 일 등 시각장애인으로써 보람차고 뿌듯한 일도 많았다고 한다.
또한 손 지부장은 중도 시각장애인이 된 이들에게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무언가 한 가지라도 배워서 용기를 내 한 걸음 밖으로 나오면 당당하게 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손 지부장은 “올해 3월부터는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연계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역학 교육도 실시할 계획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직도 역리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손 지부장과 임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사비로 역리학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손 지부장은 시각장애인들을 모시고 화합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떡‧김치 나눔 행사를 펼치는 등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있다는 마음과 꿈을 가지자는 손진춘 지부장의 말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