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성, ‘유희’ 아닌, ‘정서’ 에 맞춰야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09-26 11:10:43

장애인과 성(性),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이 코드는 언제나 이슈로 부각, 장애당사자는 물론 이를 접하는 비장애인에게도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지난여름 한 방송사에서 영국 BBC에 소개된 장애인 성 도우미 단체인 대만 ‘핸드 엔젤스’를 소개하는 방송기사 꼭지가 나가며 한 동안 각종 토론 게시판에 이슈 소재가 된 바 있다.


과거를 살펴보면, 장애인 성문제에 관한 이슈는 늘 존재해왔다.


다만, 섹스 볼룬티어 라는 단어가 나오며 ‘장애인의 성을 자원봉사로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크게 점화 된 것은 2000년도 중반 일본의 가와이 가오이가 쓴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소개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지난 2010년 4월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가 무료상영으로 파란을 일으키며 수십만명이 시청하며 크게 이슈화됐다.


이후 인터넷 장애인동호회, 정보사이트 등의 자유게시판에는 ‘자신이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싶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희생하고 싶다’는 실소가 저절로 나오는... 속된 말로 ‘오글오글’ 거리는 글들이 넘쳐났다. 당시 정확한 통계는 내지 못했지만, 게시판의 90% 이상이 20~30대 남성 신청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같은 엉뚱한 해프닝에 당시 동호회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우리 동호회는 성 자원봉사를 구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며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여성장애인을 포함한 장애당사자들은 이 사회가 자신들을 희화거리로 만들었다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장애인들은 이슈게시판을 통해 유럽 등 선진국에서 공익적 복지로 활용하고 있는 성 자원봉사를 음지가 아닌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하며, ‘장애인의 푸른 아우성’ 등 장애인에 대한 성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인터넷 동호회 등이 부각되기도 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합법적인 ‘공창제’를 시행하는 나라인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장애인 성 자원봉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플렉조그라는 기관은 전문적으로 장애인을 상대로 매춘을 시행하는 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고, 독일과 스웨덴 역시 비정부기구로 민간단체와 장애인단체와 연계된 자원봉사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역시 대만과 일본의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플렉조그와는 조금 다르게 유사성행위를 통한 성욕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의 ‘화이트 핸즈’, 대만의 ‘핸드 엔젤스’ 등은 이미 국내 언론에 여러번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관을 과연 자원봉사 기관으로 봐야 할 것이고, 이 곳에 고용된 이들을 자원봉사자로 봐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등지도 정서상 당연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혈기 왕성한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들은 당연히 자원봉사로 비춰질 수 있다. 이를 순수하지 못하다고 치부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자체 역시 장애인식의 차이로 볼 수도 있다.


시행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와의 문화적 차이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우선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성매매가 합법화 돼 있고, 이를 기반으로 ‘성 자원봉사’가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고, 일본과 대만 역시 성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성 자원봉사’ 는 음성적이 될 수밖에 없고, 감추려하고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더 큰 문제를 지적하라면 장애인에 대한 성을 그저 가벼운 ‘가십거리’로 치부하거나 특이한 소재거리로 여겨 자극적으로 접근하는 ‘매체’와 오랜 기간 사회적 약자로 동정의 대상이 됐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발을 맞춰 이들의 성 자체를 터부시하는 인식 등이 혈기 왕성한 장애당사자들에게 음성적으로나마 성욕해소를 할 수 있는 루트를 찾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안의 특수성을 봤을 때,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연애를 통한 서로 간 유대관계 조성이야 말로 일회성 유희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성교제 풍토 조성만으로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공창제를 유지하며 성 자원봉사를 시행하는 독일의 ‘장애인 자기 결정 상담소(ISBB)’의 탄트라 마사지 서비스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ISBB는 장애인의 심리적 치유를 목적으로 탄트라 마사지를 진행하며 성관계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장애인의 성을 금기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몸과 성을 긍정적으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남성위주의 성문제를 벗어나 남녀 모두가 육체에 중점을 맞추기 보단, 이들의 내면인 정서적 서비스와 함께, 육체적 유희만이 아닌 교류가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로, 성욕해소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단, 국내 탄트라마사지업소는 시각장애인 안마시술의 유사업종으로 볼 수 있으며, 국내 도입 시 안마사협회의 주도 등이 필요)



 

 


이신형 기자

(전)강원장애인신문사 영서주재 기자
(현)주간한국 장애인복지신문사 취재차장
정부청사, 국회, 서울시청사 출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