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강원복지신문사 승인 2017-01-04 12:34:18

 백승치의 복지단상, 세살 버릇 여든까지

 


 누구나 나의 스승이다. 이 슬로건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느냐, 얼마나 깊이 관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의 삶과 행동과 감정과 나의 의지에 대해서도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의 감정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내가 살아온 가정에 있다.

 이 가정은 나의 가장 확실한 스승이며 삶의 원천이자 방향이다. 나의 감정이 최초로 생긴 곳은 가족의 애정과 배려와 존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의 호불호의 감정의 원천이다. 이 감정은 내 일생을 좌우하고 나의 감정의 원천이 된다. 한 다리 건너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영향을 끼치고 내 형제들은 내가 서로 다른 이웃과 살아가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생각들은 학교나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나의 체험에서 나온 생각이자 감정이다.

 그런데 바람을 피울 때가 있다. 학교 선생님이 그렇고 친구가 그럴 수 있으며 애인이 그럴 수 있다. 나의 감정의 패턴을 바꾸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할 감정과 애정이 있음에 눈 뜬다. 좋고 도움이 되는 감정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감정일 뿐이다. 그래서 소울메이트나 영원한 동반자로 삼아 결혼도 하지만 이 감정도 잠시뿐이다. 이런 새로운 감정에 맛 들여, 꿈이여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외도도 하고 바람도 계속 피워 보지만, 또다시 어릴 적 형성된 감정의 패턴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눈을 감게 된다. 마치 겨울 창가에 비치는 햇살처럼 포근하고 따스하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세상 모든 것을 잘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이 사람의 시선이나 목소리, 몸짓은 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만나기를 바라는지를 알게 된다. 자신을 만나러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음을 알게 한다.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깨끗하고 맑은 얼굴과 머릿결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새색시 같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지만 마치 몇십 년 만에 만나듯 반가워하신다. 이분의 말에는 나를 얼마나 기다리고 존경하고 감사하는지가 풍겨 나온다. 이 분은 내가 만난 분 중에 가장 아름답고 나를 편하게 하며 존경하는 분이시다. 이분의 나이는 15년이상 지난 그 당시 94세였다.

 
봉성체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어느 공소 신심 깊은 할머니이시다. 사실 이 분은 나를 기다리기 보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 간절한 주님을 자신에게 모시고 온 나를 그렇게 존경하며 감사한 마음이었으리라. 나는 이분의 이름이나 삶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지만 단지 이분의 모습만 마음에 일생 동안 간직하고 픈 마음이다. 이런 분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의 노후에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나도 이렇게 신앙생활을 하고, 이분처럼 늙고 싶어 하게끔 하는 스승으로 말이다.

 늙으면 어린이가 된다고 한다. 정말 늙으면 어린이가 될 수밖에 없는가? 아니 본래 어른이 된 적이 없는데 늙게 되니 철 없는 어린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후자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늙어서 체면도 예의도 지조도 정절도 다 팽개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돈 몇 푼에 자신의 가치나 존엄을 팔아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젊은이와 이 세상에 어떻게 비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바 아니라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태도가 아닐까?

 흔히 우리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본다고 한다. 어르신의 말과 행동, 감정에서 이 분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리라. 더욱이 죽음을 앞두고, 이제 살면 얼마나 산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얕은 이기심과 탐욕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해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만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철하나 들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가!
 

 

 




백승치 학성동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