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1년 제3회 강원도 장애인 생활 수기 공모 작품 - 장려상
“어른이 되고 싶은 아기돼지 삼형제” / 김민호(춘천 호반보호작업센터 소속)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2-15 11:37:46


 

김민호(춘천 호반보호작업센터 소속)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지적장애 2급의 김민호라고 합니다. 저의 꿈은 누나랑 저랑 여동생 세 명이 한집에 함께 모여서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강원도 홍천이 고향입니다
. 우리 집에는 누나랑 저 여동생 이렇게 삼 남매가 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빠랑 엄마는 사이가 안 좋았고, 엄마가 집을 나가서 결국 이혼을 하셨습니다. 어려서 우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재혼을 하셔서 새엄마가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엄마가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새엄마는 아니었나 봅니다. 자주 술을 마시고, 저희 삼남매한테 욕을 하거나 때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울면서 아빠를 찾기도 했지만 아빠는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누나랑 여동생을 내가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 아빠랑 엄마는 저를 춘천에 있는 춘천동원학교 전공반에 입학시켰고,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누나도 경기도 여주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입소를 했습니다. 누나는 경기도 여주에 있고, 저는 춘천에 여동생은 홍천에 남아 있으면서 우리는 모두 뿔뿔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끔 주말에 집에 가면 동생이 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고, 누나랑 연락하면 힘들다며 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새엄마는 제가 집에 가는 것도 싫어하셨고, 술을 마시고 화를 내는 바람에 저는 잘못한 것도 없이 아빠한테 혼이 나서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얼른 내가 돈을 벌어서 누나랑 여동생이랑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되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세차기술도 배우고, 바리스타 공부도 했지만 제가 꾀를 피우고 일하기 귀찮아하는 바람에 취직이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쁜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으로는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행동은 어려웠습니다. 춘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면서 몇 번 가출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조금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까먹고 거지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들께서 제가 가출할 때마다 찾아주시고,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으며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저를 보며 안타까워 해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세 살 어린 동생은 새엄마한테 매일 구박받고, 혼이 나는데다가 고등학교 때 취업을 나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울었습니다. 저는 동생을 춘천에 데려오고 싶었고, 강원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에 동생을 데려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말씀드렸습니다. 협회 선생님들이 나서서 아빠랑 새엄마를 만나고, 설득해서 겨우 여동생을 춘천으로 데려와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임감이 생겨서 열심히 동생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또 친구의 유혹에 빠져서 가출하게 되었고, 모은 돈 다 까먹고, 거지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이 선생님들께서 동생을 잘 챙겨주셔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 이제는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주의 시설에 있는 누나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고, 겁 많고 부끄러움 많은 여동생이 너무 외로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 협회 선생님들께 누나를 춘천으로 데려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들 도움으로 저희는 지금 만천리에 있는 지적장애인 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선생님들 도움을 받으며 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 꿈인 한 집에서 모여 사는 것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꿈을 이루는 것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삼남매가 열심히 돈을 모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누나는 춘천에 온 이후에 많이 늦기는 했지만 춘천동원학교 전공반에 입학하여 취업을 위한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 도시락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여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또 동생은 작년에 직업훈련으로 나갔던 우체국에서 열심히 우편물 분리작업을 하고 있고, 덕분에 내년에도 계약연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은 보호작업센터에서 근로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내년에 행정도우미를 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 바리스타도 열심히 해서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훈련 동안에도 제가 실력이 좋다고 강사님께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애인전국체전에 육상선수로 출전하여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하고 왔다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지금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이지만, 미래를 위해, 보험도 들고, 적금도 들고, 우리 자립생활관 친구들과 가끔 여행도 가기 위해 회비도 따로 모으고 있습니다. 삼 남매가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알뜰하게 모으면 2년 뒤쯤에는 2천만 원의 방 2개짜리 집에서 함께 모여 살 수 있을 거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꿈을 꿉니다
. 세 명이 모여 살 때 집은 어떻게 꾸밀까? 어떤 가구를 사야할까? 어떤 가전제품이 필요할까? 누구는 밥을 하고, 누구는 청소를 하고, 누구는 빨래를 하고... 누나가 가장 약한 사람이니 누나는 힘든 일을 못하고, 저랑 여동생이 누나를 보호해줄 겁니다. 더 이상 누나가 아프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은 밥을 할 줄 알고, 저는 청소와 정리정돈을 잘합니다. 우리가 서로 아껴주며 살면,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쁜, 수줍음 많은 동생도 지금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삼 남매는 새엄마에게 사랑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서로 아껴주고 도와주면서 잘 살아나갈 것입니다. 저는 내년에는 또 다른 꿈이 있습니다. 강원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에 소속되어 장애인식개선 강사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너무 행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가까워져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 삼 남매는 더 이상 엄마의 사랑을 기다리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