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말글레터] 농단(壟斷) 아닌 농단(弄壇)이었으면…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6-11-07 15:38:25


농단(壟斷) 아닌 농단(弄壇)이었으면…





▲ 김재화 교수




 제 글 <말글레터>가 ‘1인 미디어’로 겨우 인정을 받습니다만, 제가 사회나 국정에 무슨 주장을 펼 수 있겠습니까.

이 농락은 ‘새장과 고삐’라는 뜻으로,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특정사안 뉴스가 모든 뉴스를 덮어버리고 있는 상황에, 이래도 사는데 괜찮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그 지장과 설움을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도대체 국민 알기를 뭐로 여기기에 몇 사람이 나라 일을 자기네 맘대로 쥐락펴락, ‘농단’을 한단 말입니까.

‘농단’이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매일 대합니다.
 
그 이상 딱 들어맞는 적확한 용어가 없기에 계속 쓰는 거겠죠. 재미있는 조크, 弄談(농담)이 자주 오고가야 사회가 건강할진대, 이건 그게 아니고 그저 농단(壟斷)이니, 큰일 그것도 아주 큰일이 분명합니다.

壟斷, 우리가 일상대화에서 어디 써보기나 하는 말인가요! 차라리 농단(弄壇)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농담을 하는 무대’, 유쾌한 ‘Gag Stage’ 쯤 돼서 마구 웃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壟斷(농단)은 권력을 독점하며 온갖 비리를 다 저지르는 것이고, 그 앞에 국정(國政)이 붙었으니 나라가 정상이 되지 못하단 뜻이겠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말고, 옛날 작가 박지원의 한문소설 <허생전>에 이 농단이 등장합니다.

허생이 매점매석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부분이 있는데, 상도덕에서 부정적 수단으로 금지하는 영업행태를 농단이라 했습니다. 나쁜 상행위 말고도 농단(壟斷)은 권력을 독점하는 경우에 더 많이 씁니다.

원래의 ‘壟斷(농단)’ 고사는 맹자에서 유래합니다.

‘농’자가 아주 어렵습니다. ‘단’은 자주 보지만 획수가 많아 쓰기가 힘들구요,  뜻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을 의미합니다.

당시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재구성해봅니다.
 

지금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선왕 집무실 안에 맹자.
 

맹자 “제가 국정 아이디어가 있어서 면담 신청을 하고 연풍문을 통해 들어와 가까스로 독대를 했습니다.”
선왕 “그대뿐 아니라 나 말고 정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어.”
맹자 “검문도 없이 이상한 차로 버젓이 드나드는 아녀자가 있다던데요...”
선왕 화들짝 놀랍니다.
“그런 일 없어. 난 CCTV 조작도 할 줄 모른다.”
“왕이시여. 정치는 이러쿵저러쿵(빛나는 조언) 유려하게 펼쳐야 합니다.”
“내겐 적필사부(빨간펜 선생님)가 있으니, 계속 알아서 할게.”
맹자, 고개 절레절레 흔들고 나오려 하자 선왕은 그때서야 그의 학식과 덕망이 예사가 아니다 싶어 부리나케 붙잡습니다.
“그럴 듯 해. 내가 정무수석 자리 줄게.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해.”
“싫습니다. 벼슬 탐하러 온 게 아닙니다.”
“자리 싫으면 무슨 재단 같은 거 만들어 돈을 왕창 몰아줄 테니까, 어때? 아무 소리만 말고 이 안에만 있어달라니까!”
이때 맹자가 버럭 박명수 이상의 음성으로 소리를 지릅니다.“지도자가 이런 농단을 하면 아니 되옵니다. 당장 하야, 원성 듣습니다!!”
맹자는 마지막 카드로 이전에 ‘자숙의(子叔疑)’라는 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일군 부귀영화를  자손에까지 물려준 ‘농단’의 에피소드를 꺼냈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면 아주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그냥 어려운 단어 ‘농단(壟斷)’의 뜻을 알았으니 됐고...

이런 고약하고 비루한 말이 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농단’과 같은 다른 말 없을까요?
 

오늘 편지 본문의 ‘쥐락펴락’도 남을 자기 손에 넣고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니 비슷한 말이구요,

다른 한자어로는 ‘專橫(전횡)’이 있습니다. 이는 ‘권세를 혼자 쥐고 제 마음대로 함’의 뜻이죠.

‘농락을 했다’의 ‘농락(籠絡)’은 좀 다릅니다. 이 농락은 ‘새장과 고삐’라는 뜻으로,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함을 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