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라미 일기] 한 칸 다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0-10-06 11:39:11

 


수겸초당은 6칸 집이다. 자로 되어있다. 좌로 3칸 우로 3칸이다.


, 우 쪽 방 2칸을 터서 큰 방으로 만들었고 가운데 한 칸 방과 오른 쪽 끝에 한 칸 주방이 달렸다. 6명을 길러내느라 현재보다 뒷쪽 장독대 자리에 방 두 칸이 더 많았다고 들었다. 집주인이 여럿 바뀌며 가족이 줄어드니 뒷 쪽 방 두개를 헐었다고 한다. 있는 방은 벽을 없애고 크게 해서 생활에 편의를 추구했겠다. 방의 폭이 250cm, 어째선가 왼 쪽 방들은 폭이 약간씩 작은 편이다. 240cm 가량이다.


집 길이만큼
2m가 조금 넘는 마루가 딸려있다. 마당 쪽으로 쪽 유리문이 쭉 이어 달려있어 실내가 된다. 마루는 나무판자를 깔지 않았고 온돌이 아니다. 주방 옆으로 화장실이 딸려있고 화장실과 이어진 한 칸이 좀 넘는 공간이 또 있다. 왼쪽방 끝 쪽에 붙은 보일러실은 가장 허름하다.

 

사방이 240cm인 한 칸 방이 집 중심에 있다. 이사와서 옷방으로 쓰고 있었다. 기름보일러 배관 일부를 교체하는 공사를 하면서 이 작은방을 다실로 바꿨다. 왼쪽 두 칸방을 침실로 써왔는데 깊은 쪽으로 반 칸을 할애해 옷방을 겸하는 쪽으로 구성을 바꿨다. 책꽂이가 부족해 넘치는 책정리가 난감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작은 다실을 만들어 놓으니 격조가 생기고 여유로워 보여 좋다. 아직 완전히 꾸며지진 않았음에도 그렇다. 마루의 왼쪽엔 작은 작품을 할 수 있는 합판으로 만든 화상[畵床] 2개를 이어놓았다. 급한 소품은 집에서도 가능하다. 초당 정리가 다 마무리되면 마루 공간과 다실이 잘 어우러질 터이다. 묵향과 다향은 조화가 잘 된다.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집에 다실을 가져보기도 처음이다. 다실은 작은방답게 작은 창이 하나 달려있다. 소창다명[小窓多明], 낮고 작은 창에 밝은 빛이 들어오고 창 밖은 국화밭이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국화를 바라볼 수 있음도 마음에 든다.

 

다실의 한쪽 책장엔 주로 시집과 화집의 일부만 꽂으려 한다. 시집만도 수 백 권 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몇 권이 되는지도 모르는 책들이 한번도 도서관처럼 분류되고 정리된 일이 없었다. 온통 뒤죽박죽으로 다 섞여있으니 필요한 책을 찾으려면 쉽지가 않다. 젊은 시절엔 그렇게 꽂아놔도 잘 찾아냈으나 지금은 난감할 때가 더 많다. 우선 시집이라도 먼저 모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실이 생겨서다. 차향과 시향, 묵향이 어우러짐은 최상의 조합이다. 찻잔도 다양하고 차 또한 선물받은 종류가 다채롭다. 공간이 생겼으니 모두 빛을 발할 터이다. 네 명 정도 앉으면 맞춤하다. 차마실 때 소란과 번잡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 알맞은 수가 된다.

작고 소박함은 다실의 장점이다. 그윽하고 맑은 마음이 깃들고 감돌 것이다.

 

추석과 개천절을 넘겼다. 코로나 감염자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일주일 쯤 지나봐야 알것이다. 제주도엔 추캉스라는 신조어처럼 추석 휴가를 간 사람들이 30여만 명이란다. 강원도 동해안 쪽도 빈 숙박업소가 없을 정도로 몰려들었다는 보도다. 개천절 광화문 집회는 당국의 집중 대처로 얼마 안 모였다고 한다. 두 자리 숫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추세가 더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우리 국민들의 높은 수준과 실천을 믿고 싶다. 미국 대통령 부부도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기사를 봤다. 현재 미국이 감염자며 사망자가 제일 많다. 선진국들로 꼽는 나라들이 코로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의 민족성이 재평가를 받고있다. 예전엔 얼마나 자기비하가 샘했던가. 엽전이라 자탄하고, 게으르며 단결하지 못한다고 큰 결함이라 꼽았었다. 옛 말이 되었다.


이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 우리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