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라미 일기] 한 해의 끝에서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1-05 12:15:47


 

▲ 우안 최영식 화백
 

2020년 한 해는 시작부터 끝까지 코로나19로 점철하며 관통되었다.


평생 처음 겪는 길고 긴
, 그럼에도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긴장을 풀 수 없는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터널은 그 끝이 언제 보일 것인가. 백신이 나와 여러 나라가 접종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문제는 백신이 충분한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를 동반한 처지로 성급히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치료제 연구도 서두르고 있으며 한국도 유력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언급된다. 비록 감염자들이 천 명 대를 넘나들고 있으나 선진국들에 비교하면 엄청 선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소수들이 지키지 않아 끊이지 않고 확진자가 나온다. 교회, 요양원 등이 그렇다. 교도소와 군대에서 상당한 수의 감염자가 나오는 건 가장 이해가 안 된다. 조직과 통제가 잘되는 곳 아니던가.

 

일상은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들고 사람 만나는 것도 자제를 해왔으나 전시엔 꾸준히 작품을 냈고 작품도 평소보다는 적었으나 필요한 건 해냈다. 2월에 가졌던 화천갤러리 2인 전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치러 냈다. 강원의 산하전도 개막식이 성대했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작품에 전념할 것 같았으나 이외로 붓이 안 잡혔다. 세상의 흐름과 무관할 수 없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산수와 소나무, 매화를 습관처럼 그릴 수는 없었다. 그게 되질 않았다. 짬짬이 단양팔경이며 정선 몰운대 등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며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산막골일기로 시작한 글쓰기도 바리미일기로 바뀌며 올해처럼 안 써지기도 처음이었다
. 억지로 의무로 쓰게 되어 힘겨웠다. 일기의 속성이 있으니 생활이 단조로운 만큼 내용이 빈약할 밖에 없었다. 수겸초당의 정리정돈이 지지부진한 면도 작용했다.

 

초당은 정리가 됐다가 다시 헝크러지고를 반복하는 일년이었다. 그나마 가장 정리가 잘된 상태에서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제 화상이 놓인 마루 끝쪽이 미해결 상태로 해를 넘긴다. 안방은 만족스럽고, 한 칸 차실을 만들어 격조를 살렸다. 침방도 정리는 미흡하나 틀은 잡혔다. 뒤섞인 책들도 시간나는 대로 체계를 잡아나간다. 작품 구상도 떠오른다. 살아오며 작품을 하는데 여념을 가질 겨를도 없었다. ㅤㅉㅗㅈ기 듯 부지런히 그리느라 그랬다. 반복하거나 안주한 건 아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므로 해온 일에 후회는 없다. 붓 놓는 시간이 길어가며 비로소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을 하게 됐다. 화필 생애에 처음 접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산막골에서도 여백과 여유를 가질 수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몇 년 동안 밀려오는 시련을 견디기도 힘겨웠었다. 그럴수록 붓은 악착같이 잡았다. 그러나 원하던대로 집중하거나 미쳐보지는 못했다.

 

현곡시인이 수향시 낭송회 사화집을 우편함에 넣고 갔다. 해마다 년말이면 사화집을 내왔고 이번 햇살에게 묻는 안부28집이다. 거기엔 현곡시인의 바리미 초당이란 시가 수록되어 있었다. 춘천문학은 년말에 출간하며 책이 늘 남았다는데 올해는 잘 가져가 모자른다고 그랬다. 웬일인가. 1인당 5권씩 가져가랬다. 내겐 우송된 것 1권과 배부처에서 겨우 2권을 구했다. '무명시인과 93세 어머니'란 수필을 제출해 실렸다. 글 내용과 연관있는 서울의 김시인과 윤시인께 보냈다. '춘천문학'의 제호도 내 글씨다. 글씨의 부족함이 눈에 띄었다. 이종봉화백의 개인전 '풍경일기'는 예담이란 카페갤러리에서 12월 한달 간 가졌고 둘러 볼 수 있었다. 모처럼 화집도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 작품이 좋았다. 퇴직 후 해외도 많이 다닌 듯 했다. 국내, 외의 현장 스케치며 발로 그렸다는 부지런함이 실감났다. 화가는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많이 찾아다니기에 발로 그린다는게 찬탄이 된다. 존경스럽다.

 

올 한 해도 이제 단 하루가 남았다. 특별히 아쉬울 것도 미련도 없음은 나이 탓인건가.


칠십이 멀지 않은 나이다
. 그럼에도 나이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예전엔 칠십고래희라 해서 희귀하다고 표현했다. 하긴 환갑을 맞는 이도 많지 않았으니 환갑잔치가 성대했다.


자연스럽게 환갑연이 없어진지 꽤 오래된다
. 칠순도 환갑연만큼 안한다. 법적으로도 70세부터 노인으로 규정한다고 들은 듯 하다. '백세 시대'가 실감난다. 아직 가까이에서 뵙기는 어려우나 90대까지는 더러 만난다. 정정한 80대는 흔하다. 오래 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생활 안정에 건강과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노력이 필요하지만 타고난 체질도 크게 작용한다. 원체 병약하게 태어나 단명할거란 생각이 오랫동안 지배했었다. 외가는 단명인편이고 친가 쪽은 비교적 장수하는 집안이다. 새해엔 구상한 작품들을 펼쳐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