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라미 일기] 수겸초당에 칩거하며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1-26 11:24:29


▲ 우안 최영식 화백.

초당의 울타리 밖을 안 나간지 며칠 째던가.



리고 이어 비도 내리는 변덕 많은 겨울 날씨를 견디며 시간을 보낸다
.

일주일에 한 번, 달샘이 오면 장보러 같이 MS마트와 벨몽드를 다녀온다. 이번 주와 지난 주는 의암호를 한 바퀴 드라이브를 한 게 고작이다. 철저한 칩거. 평생에 처음해보는 경험이지만 산막골에서 지낸 19년의 세월은 자진
칩거 생활이었으니 이력이 붙었다 할 것인가
. 안과 밖 공간의 크기도 다르긴 했다.


심혈관환자에 당뇨도 있고 나이도 이젠 무시할 수 없음이다. 만용을 부릴 일도 없거니와 즐기는 산보도 끊은지 몇 달인가. 절로 그렇게 됐다. 강추위 영향도 있었을 터이다. 추위에 강한 체질도 이젠 옛말이 됐다. 추위에 무력하다.

 

새해들어 추사 김정희의 부작난도를 모사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최근엔
세한도모사도 해보는 중이다. 붓을 잡던 초기엔 소헌선생님의 산수를 체본으로 모사를 했고, 남천선생님은 중국화나 현대 작가의 작품을 모사시켰다.


스스로 화실을 운영하며 눈으로는 수시로 겸제며 단원
, 이인문 등 고전과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았지만 모사를 해볼 생각은 아예 가지질 않았다.


그러니 추사의 부작난도를 모사함은 내 생애에 특이한 경험이 된다
. 감상만하다 막상 모사를 해보니 그 차이가 아주 크다. 누구는 부작난의 난잎을 지푸라기라 하는데 그럴만 하다. 온전한 선이 하나도 없어서다. 추사의 묵난도는 상당수가 있는데 부작난도는 전혀 다른 예외에 속한다. 추사에게서 예외일뿐 아니라 어떤 난도 비숫한 걸 찾을 수 없다. 난 자체만 본다면 심점을 빼고는 모두 담묵으로 난 잎과 꽃이 표현되었다. 중묵도 아니다. 메마른 잎들은 정말 지푸라기 같다.

 

반대로 세한도는 전체가 초묵으로 일관되어 중묵, 담묵이 없다. 농묵이 메마른 상태를 초묵이라 할 것인데 농묵으로만 이뤄진 작품이다. 작품의 크기도 발문을 뺀다면 소품에 해당된다. 가로는 세 뼘이 좀 넘고 세로는 한 뼘 조금 넘는 크기다.


내 한 뼘이 정확히
20센티다. 표현의 간략함이야 싱거울 정도다. 똑같은 모사는 가능하지 않다. 비숫하게만 해놔도 거기서 풍기는 격조와 문기는 놀라울 정도다.


이런 경험이 새롭다
. 몇 장 안해봤음에도 추사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경험도 코로나
19의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아마 생애 마지막까지 맛보지 못했을거라 생각하면 전화위복이랄 것인가. 책도 손에 안 잡히고 작품할 의욕도 상실한 상태였다. 요 며칠은 영보재에서 만든 서간지에 홍매 연작을 치고 있다.


과연 내 매화도의 개성은 뭔지 모르겠다
. 어떤 변화의 모색일 것인가. 평범하고 소박하기만 해서 만족은 안 된다. 묵죽도 그렇고 묵국도 마찬가지다. 교과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