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안 최영식 화백.
2021년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컴 일기도 쓰기 시작한지 거의 이십여 년인데, 환경이 바뀌고 처음 접하는 컴으로 글쓰기가 익숙치 않던 초기를 빼면 가장 적게 썼다. 글쓰기 신명이 사라져서다. 초당의 울 안에서만 거의 맴도니 단조로운 생활에서 소재의 빈곤은 어쩔 수 없었다. 매일 보도되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을 계속 언급하는 게 곤혹스럽기도 했다. 바뀐 분위기 탓에 우리가 누려온 사회환경의 맹점도 드러나고 장점도 알 수 있게 됐다. 취약한 요소도 보였다. 세상만사 좋은 것만 있지도 않고 나쁜 점이 나타나기도 해서 양면을 다 살피는 계기로 삼을만 하다는 성찰이 생긴다. 좋고 나쁨은 늘 동반하기에 그것도 균형을 이뤄내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인가 싶다. 그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므로 더 그렇게 여겨진다.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떫은맛처럼 말이다.
방송국마다 다른 이름으로 노래경연대회를 경쟁하듯 방영하고 있다. 트롯이 대세지만 ‘싱어게인’처럼 트롯 아닌 경연도 펼쳐진다. 숨은 인재가 이렇게 많았던가 새 얼굴을 무수히 만난다.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채널을 돌리다보면 어디선가 재방송되는 걸 꼭 만나게 된다. 같은 걸 몇 번이든 봐도 싫증이 안 나는 것도 신기할 정도다. 노래 솜씨들도 탁월할뿐 아니라 그보다 돋보이는 건 그들의 넉넉하고 선한 인성이다. 경쟁자들이건만 아낌없이 응원해주고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에 더 감탄을 하게 된다. 겨룰 상대에게도 걱정을 해주고 용기를 준다. 미스 트롯이든 미스터 트롯이든 모든 경연의 공통점이다. 살아오며 상대를 폄하하고 결점을 부각하고 질시하며 자신만 돋보이려는 행태를 무수히 봐왔다. 아직 정치판만은 그런 행투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정치판의 모습이 곧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얼굴이였다. 그게 어느샌가 바뀌었다.
28일은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가는 정기진료일 이었다. 눈이 내리고 태풍급 강풍이 불며 한파경보까지 내려진다고 했는데 오전 8시에 병원가서 채혈하고 아침을 먹고 2시간 후 다시 채혈, 그리고 기다려 담당과장님의 진찰을 받았다. 대체로 양호해 같은 약을 처방받았다. 병원에 도착한 이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영상이어서 쌓이고 녹고 했다. 바람은 없었다. 진료를 끝내고 약 받아 귀가한 직후부터 갑자가 강풍이 불며 눈보라를 일으켰다. 기온도 뚝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그랬다. 강풍은 당일만 불었다.
전날, 27일엔 춘천미협에 들렸다가 옥천화방도 살펴봤는데 우려하던 수도관이 터져있어 물 빠지는 소리가 컸다. 올훼의 땅 종성이의 도움으로 선배라는 기술자가 왔고 일단 터진 곳 막고 누수가 안되게 조처, 다음 달 수도요금이 얼마나 나올지가 겁난다. 완전한 복구는 벽이 말라야 한다며 3월 말 쯤에나 하잖다. 화실에서 물 쓸 일이 많지 않으니 지장은 없다.
30일 아침에도 소담하게 눈이 내렸다. 낮엔 영상이고 밤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기온, 그럼에도 이른 봄기운이 느껴진다. 강릉에도 매화가 폈다는 기사와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제주도 매화 핀 소식이 사진과 함께 보인다. 모두 예년보다 휠씬 일찍 피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편에서는 교회 쪽에서 집단 감염자가 급증해 비난과 우려가 함께 작용을 한다. 종교의 자유라는 빌미로 정부에서 권고한 지침을 어기며 대면 예배와 인가 안된 학원도 아니고 학교도 아닌 교회 운영의 교육 기관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안지킬수록 교회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빠질 터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인걸 자각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불교며 천주교, 원불교, 대종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유독 기독교만 일탈을 감행하는 것은 참 신앙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이런 몰지각이 돌출되지 않았을 터이다. 분별을 상실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화된 걸 가장 모르는 사람이 우리 스스로라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선진국, 중진국 따질 것 없이 모두 놀란다. 편리한 교통시설을 비롯해 무료에 청결히며 찾기쉬운 공공화장실이며 각종 편의시설에 신속한 서비스, 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 친절 등 자각하지 못하는 장점들을 수없이 열거한다. 주거의 온돌난방은 특히 그렇다. 의, 식, 주 모든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정보통신, 첨단 반도체 또한 최고 수준이다. 사회보장제도 또한 국민의료보험을 비롯해 혜택이 크고, 국민 소득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누리면서도 자각 못하고 만족을 모르는 한국인들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도 바빠서 살펴볼 겨를이 없기도 할 테다. 시내버스 정류장의 변화도 그렇다. 따듯한 의자며 빠르게 전해주는 운행정보며 바람막이에 여러 첨단시설로 되어 있다. 이런 변화를 몇 년 사이에 급작히 이뤄냈다. 모든 분야가 현재진행형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