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재화의 말글레터] 당나귀는 알고 있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6-11-15 15:38:32

 

[김재화의 말글레터]
 

당나귀는 알고 있다.

 

 


 어느 마을에 신기한 당나귀가 있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당나귀 꼬리를 만지게 합니다. 만일 거짓말 하는 사람이 꼬리를 만지면 당나귀는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고을 사또는 거짓말을 하는 성싶은 혐의자들에게 당나귀 우리에 들어가게 합니다.

“나는 여기서 당나귀 울음소리를 듣겠다. 네가 모른다, 아니다 등으로 거짓말을 하면, 당나귀는 내 귀에 들릴 만큼 크게 울어댈 것이니라.”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본인은 ‘하지 않았다, 그 물건은 내 것이 아니다, 누구를 모른다’ 등으로 일관하는 자 하나를 당나귀 우리에 보냈습니다.

조용했습니다.

그 혐의자가 의기양양하게 나왔습니다. “사또, 이제 제 진실을 아시겠나이까?”

사또 “당나귀가 울지 않았으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단 말이렷다?”

“그렇습죠~ 헤헤!!”

그런데 사또는 그 자의 손을 잠시 보더니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이 놈을 당장 하옥...하기 전에 우선 몹시 쳐라!”

당나귀가 울지도 않았는데, 사또는 왜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했을까요?

온갖 과학적 원리를 동원하여 만든 ‘거짓말 탐지기’도 증거능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참고 사항 정도로 여깁니다. 하물며 미물인 당나귀가 어찌 거짓말을 감별해내겠습니까.

비밀이 궁금하신가요?

사또는 당나귀 꼬리에 먹물을 묻혀뒀죠. 떳떳한 사람은 꼬리를 잡아 손에 먹물 흔적이 남게 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예 꼬리를 잡지 않았기에 손이 멀쩡한 것이죠.
 
선생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눈을 감고 솔잎 하나씩을 물게 했습니다.
 
“영희의 도시락 안에 개구리를 넣은 녀석은 조용히 손을 들어라. 솔직히 털어놓지 않으면 이 솔잎이 금방 자라난다. 셋을 세겠다.”

잠시 후, 범인이 드러납니다. 솔잎을 잘라서 먹는 아이가 분명히 나오는 것이죠. 거짓말은 들통 나기 마련입니다.

요즘에는 심리생리 반응으로 거짓말에 대한 판정을 내립니다. 이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요. 사람이 중요한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할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특히 거짓말을 할 때는 불안, 초조, 긴장상태가 지속되는데, 신체적으로는 변화가 옵니다. 동공이 커지고, 땀이 많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빨라지고 거칠어집니다.
 
지금 공기 반, 거짓말 반이 공중에 떠돌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 촉이 무뎌도 한참 무딘 모양입니다. 그들의 입장을 들어본 처음에는 ‘그런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으니!

“이름도 언론을 통해서 처음 들어보는데, 그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태블릿 PC를 다룰 줄 모릅니다. 제 것이 아닌 거죠.”

“A라고 돼있음 그의 것이지 차명계좌니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땅이니, 그런 거 모릅니다.”

“제가 굿을 해요?! 무슨 굿거리장단 같은 말씀을..ㅎㅎ 좋아서 구웃~ 하고 외친 적은 있었죠.”

허나 강한 부정은 대개 긍정이라잖습니까. 대부분 사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으니 다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은 비단 속담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낮에 저지른 일 CCTV가 보고, 밤에 저지른 일 정의로운 기자가 알아냅니다.

당나귀도 다 알아내는데, 거짓말을 왜들 그리 하십니까?!   ​ 


※이 말들 다소 헷갈릴 것입니다.

“그가 강원도에 꽤 많은 너비의 땅을 갖고 있다.” 아마 큰 땅, 곧 규모 면적의 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럴 때는 ‘넓이’가 맞지 ‘너비’가 아닙니다. 너비는 ‘폭’을 말합니다.
도로의 너비라 그러면 그 길의 폭이 얼마냐는 것이지 면적을 멋스러운 단어로 표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너비는 몇m, 넓이는 몇 ㎡(평방미터)로 표기되겠죠.​


 

 김재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