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재화의 말글레터] 트럼프와 황수관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6-11-21 15:42:29

[김재화의 말글레터]
 

트럼프와 황수관

 

 


 대다수 다른 나라가 그렇지만 우리는 더욱 눈치를 봐야 하는 강대국 미국, 우리에게 썩 우호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그 나라 대통령이 됐습니다.

우리도 그랬고 현지서도 그의 말버릇을 두고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톤이 높아 귀가 아프고, 거침없는 비속어를 마구 써 점잖지 않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말한 내용도 위험해 듣기에 조마조마했습니다.

미국인들은 테러가 일어났던 9.11과 트럼프가 당선된 11.9를 희대의 쇼크라고 부른다는군요. 9.11 참 희한한 우연 11.9.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인정해야 할 실제 상황이 됐습니다.

정치인은 말로 정책과 인격까지 선보입니다. 그의 어떤 식의 말이 미국인들 다수를 움직였을까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분석이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아주 쉽고 단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문가들이 특별한 프로그램(말과 글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방법인 플레시-킹케이드;Flesch-Kincaid 테스트)을 돌려봤더니, 후보들 중에서 가장 쉬운 어휘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트럼프가 사용한 말들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나라를 가지게 될 것이다(We will have a great, great country, better than before).” 3음절이 넘지 않는 단어들로 영어에서 아주 쉬운 낱말들입니다. 9~10세의 초등학생들도 바로 이해할 정도의 쉬운 말들이었던 것이죠.

거기에 비해 다른 후보들은 대체로 중학생 수준을 넘었습니다. 오직 트럼프만 끔찍한(terrible), 좋은(good), 나쁜(bad), 거대한(huge), 위대한(great)…등의 단순한 초딩생표 용어를 반복함으로써 듣는 이들을 움직였습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황수관 박사, 아직 기억하시죠?

건강전도사로 웃음을 강조하며 무척 재미있게 말을 했는데요, 다시 되돌아보니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 중 사전을 찾아봐야 하거나 옆 사람을 콕 찔러 ‘방금 그거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고 기억 됩니다.

한번은 황 박사 강의 중 “비만한 사람이나 아니, 살찐 것이지...” 이러면서 그닥 어렵지 않은 한자어도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하던데, 그 자체가 재밌으면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창회장이 된 친구가 밤을 꼬박 새웠다며 새벽녘에 전화를 해왔습니다. 총회서 연설을 해야 하는데, 밤새도록 쓴 글이 한 줄에서 멈추더랍니다.

저는 야단치듯 말했습니다. “멋진 말을 쓰려고 그랬지? 쉽게 하라구!”

글이나 말이 막히는 경우, 고상하고 어려운 것을 쓰려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는 것이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며 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부담이 없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은 평범한 이야기 속에 핵심을 담아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여리박빙...

얼마 전 고관대작 내정자가 “한국경제, 여리박빙과 같다”고 했습니다. 뉴스에서 진행자가 풀어서 설명을 해줬기에 알았지 무슨 사자성어인지 모르겠더군요. 그렇게 해야 폼이 난다고 생각했을까요? 한자로는 ‘如履薄氷’이라 쓰는데, 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위태한 상황을 뜻한다 합니다. 아름다운 문장, 멋진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게 오히려 표현을 망치는 경우가 되고 맙니다.

트럼프....는 좀 그렇고 황수관처럼 말합시다!



이 말들 다소 헷갈릴 것입니다.

발음이 같아 혼동해 쓰는 경우가 많은 말입니다.

‘반드시’와 ‘반듯이’
앞은 ‘꼭, 틀림없이’가 되구요, 뒤는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입니다.

‘지긋이’, ‘지그시’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는 지긋한 것이고,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이 지그시입니다. 
 
 

 김재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