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 낸 에세이] 시간 여행(라오스를 다녀와서)

지소현 승인 2021-04-28 10:03:33


 

지소현 본지 공동대표

강원문인협회 이사, 강원수필문학회 부회장 등. 수필집: 지혜로운공존 외 3.

강원문화예술인 유공자(문학부문)표창 등 다수. ) 강원장애인체육회 이사.

) 장애인고용공단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강사 ) 강원도사회복지협의회 이사.


2009
10,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라오스를 다녀온 적이 있다. 벌써 10여 년이 흘러서 지금은 많이 변했겠으나 그 당시 내 눈에 비친 라오스는 가는 곳마다 60년대 유년의 풍경이었다.


우선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구름 이는 도로에 단발머리의 내가 있었다
. 그 길 가에서 한 손으로 코를 막고, 한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대는 라오스 아이들은 어떻게 그 시절 우리네를 흉내 내고 있을까. “빠앙클랙슨을 힘껏 누르며 마을 앞을 달리는 차들도 그랬다. “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길 가다 다칠까 봐 두루두루 살핀다. 냉냉 뚜뚜 빵빵...” 음악 시간에 배운 노래처럼 달리는 자동차가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자동차 뒤꽁무니를 따라 뛰기도 했었으니까.


방문 목적지 중 하나인 초등학교에서도 나를 보았다
. 하얀 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은 어린이들이 저마다 한 송이 꽃을 들고 운동장에 줄지어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운동회 때 흰 런닝셔츠에 검은색 팬티를 입고 달리던 60년대 우리의 꼬마들이 반세기 간극을 허물고 라오스에 와 있다니! 그들은 학교 유지들이 마련한 오찬 장소까지 나타났다.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시멘트 벽돌 허름한 교실, 그 안의 탁자 위에는 접대용으로 쌀밥과 찐 생선, 소금에 절인 젓갈, 채소들이 놓여있었다. 맨손으로 밥을 뭉쳐 입에 넣는 그 나라 식사법이 생소했지만 음식 위에서 극성을 부리는 파리 떼는 낯설지 않았다. 여름철 밥상 위로 훠이 훠이 손을 저어 파리를 쫓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도나도 유리도 없이 그냥 뚫린 사각 문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손님들 식사 모습을 구경하는 눈빛도 낯이 익었다. 가난했던 시절, 손님이 오면 쌀밥을 대접했고, 아이들은 손님이 체면치레로 밥을 남겨 주기를 바랐었다. 그때 손님이 나머지 밥에 물을 붓자 으앙. 물 말았어.” 울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행히도 우리 일행은 체면치레가 아닌, 입에 맞지 않아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큼 충분한 음식을 남겼었다.


그러한 지난 시절은 행사장에서도 보았다
. 총리 부인을 비롯한 고위직 안사람들을 만났을 때다. 코리아 파운데이션을 좋아한다고 했다. 과거 우리네 어머니들이 코티분에 열광하던 것처럼 말이다. 시골 마을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집들이 대나무 껍질로 얼기설기 엮여 있었고 우리네 초가가 떠올랐다.

 

이처럼 추억 실타래에 줄줄이 엮여 나오는 유년 때문에 그냥 무조건 라오스 땅과 사람들이 좋았었다. 끝없는 경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만 가다가 어느 날 문득 내려다본 까마득한 발아래처럼 되돌아가고 싶은 본능 같은 것이리라. 문득 문명의 화려함이 얼마만큼 라오스에 침투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어딘가 있을 순수의 땅으로 떠나고 싶다. 까맣게 잊혀가는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