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 낸 에세이] 꿈

지소현 승인 2021-05-04 11:03:28

 

▲ 지소현 본지 공동대표 

강원문인협회 이사, 강원수필문학회 부회장 등 수필집: 지혜로운공존 외 3

강원문화예술인 유공자(문학부문)표창 등 다수 ) 원장애인체육회 이사

)장애인고용공단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강사 )강원도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나는 밤마다 꿈을 자주 꾼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 희미한 꿈, 처음과 끝이 뒤얽힌 꿈, 생각하지도 못한 얼토당토않은 사람이 나타난 꿈, 본적도 없는 풍경을 보는 꿈...


학설에 의하면 잠을 자는 동안 활발한 뇌 활동이 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꿈을 많이 꾸며 노인들은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한다
. 그렇다면 나의 뇌는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과학적 근거 말고도 나는 내 꿈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다. 꿈에 본 사람이나 느낌을 다음날 실제로 만나고 체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래전 꿈에서다
. 고향 집 안방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장롱을 뒤지고 계셨다. 그러더니 어지러이 꺼내 놓은 옷가지들 속에서 까만 주름치마를 골라서 내게 내미셨다. 치마를 받아 든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다.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생생한 느낌을 되새기며 더 자기를 포기하고 일어났다. 밀린 설거지를 하고 평소에 하지 않던 아침밥을 짓고 여유 있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다. 고등학생인 작은 녀석이 일어나 나오면서 엄마! 나 오늘 연극 발표하는 데 까만 치마 입어야 해.” 했다. 공부는 않고 파란자전거라는 연극 동아리에 빠진 녀석의 근황이 생각났다. 오늘 공연은 넌센스라는 작품이고 녀석이 주인공 원장 수녀 역을 맡았다고 했었다. 왜 나는 며칠 전에 들었건만 잊고 있었지? 부랴부랴 옷장을 뒤졌다. 유일한 까만 색 치마인 주름치마가 눈에 띄었고 꿈속에서 어머니가 내게 했던 것처럼 녀석에게 치마를 내밀었다. 언제나 1분을 다투는 바쁜 아침, 꿈 때문에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녀석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 일만이 아니다
. 군대 간 큰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다. 꿈에 군인들이 동굴에서 화석을 캐내고 있었다. 낯익은 느낌의 군인이 군번 박힌 화석을 들고 다가왔다. ‘이것 가지고 계세요.’ 뭉클한 기분으로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잠에서 깨었다. 며칠 후 이른 퇴근을 했을 때다. 휴가 내내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큰아들이 어인 일로 그 시간에 집에 있다가 반기며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엄마! 나 내일 귀대하는 것 알고 있지? 이것 선물이에요.” 복사한 군번이 달린 목걸이였다. ‘! 이럴 수가.’ 꿈속에서와 똑같이 뭉클하게 받아 들었다. 이렇듯 자주 현실로 등장하는 나의 꿈들... 예지몽인지 아니면 신과의 소통인지 머릿속 이상 기류인지...


꿈의 분석대가인 심리학자 프로이드 이론을 아는 대로 대입해 본다. 그의 정신결정론에 의하면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로 우연한 것이 없다고 한다. 모든 현상이 과거와 연관 있으며 소망이나 잠재의식에 의한 것이라 한다. 특히 꿈은 무의식에서 방출되는 자료라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내 꿈들의 정체는 복잡한 내 모습이 아닌가. 어찌 되었건 활발한 잠재적 두뇌 활동이며 아직 늙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나쁘지는 않다. 마치 삶에 대한 에너지 측정지수 같은 꿈들! 앞으로도 꿈꿀 수 있는 한 고단한 날들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