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재화의 말글 letter] 히어링(hearing)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6-12-05 15:42:44

 

[김재화의 말글 letter]
 

히어링(hearing)

 

 


 “저 뒤, 제 말 잘 들려요?”

간혹, 선생님이나 강사가 강의장(또는 야외)에서 전달이 잘 되는 음성크기를 확인하느라 묻습니다. ‘내 말 잘 들리느냐’고.이러는 순간 대개 ‘잘 들립니다’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말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키우든가 마이크를 쓰려하다가 다시 같은 목소리크기를 유지합니다. 목소리크기, 아주 중요합니다.좋은 내용의 이야기(강의)라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하나마나한 결과일 테니까요. 이해를 하는 ‘리스닝(listening)’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당장 소리를 구분해내는 ‘히어링(hearing)’이 선행되어야 하니까요.‘모기만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하면 듣는 쪽에서 내용 파악을 못하지만, 안 들리는 것은 비단 화자(話者)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청자(聽者)가 시끄러운 곳에 있거나 청력이 약하거나, 아님 ‘리스닝’을 한 게 아니고 ‘히어링’만 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경상도 지역 어느 교실 풍경입니다. 선생님이 아직 이름을 모르는 학생에게 묻습니다.

교사 “너 누구냐?”
학생 “안득깁니다.”
교사 “(조금 큰 목소리)안 들려? 니가 누구냐니까!”
학생 “(따라서 큰 목소리)안, 득, 깁니다!”
교사 “(역정)이름이 뭐라고 계속 묻잖아! 나왓!!”
학생 “(울먹)쌤예. 안득기라꼬 계속 말씀 드렸잖습니까!”

그저 조크이지만요,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히어링은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무심히 흘려보내는 수동적 듣기이고, 리스닝은 의식을 집중해 정보를 모은 뒤 이를 분석해 뇌로 보내는 능동적 듣기라 할 수 있는데요, 선생님이 잘 이해를 못한, 히어링에만 매달린 경우겠죠.

대화 불통은 사실 웅얼웅얼 소리를 내거나 음량이 너무 작아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말하는 사람에게 1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스피치교육을 시키면서, 음량크기를 아주 중시하고 있습니다. 1대 1이냐, 1대 다중이냐,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적당한 크기의 소리를 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파’정도의 크기로, 말(단어)을 먹듯 말고 툭툭 내뱉는듯한 발음을 하면 청중들이 아주 잘 듣습니다만, 이게 설명은 간단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하는 ‘말하기기술’입니다.

아주 안 좋은 일이 교육현장에서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안 들린다’며 초등학생을 하루 종일 세워놓은 교사가 있었습니다. 국어시간 읽기에서 그랬다죠. 선생님은 ‘훈육 차원’이었노라 해명하고 있지만 학부모는 ‘학대 의도’라 주장하고 형사고소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지 않아서 뭐라 할 사안은 아닙니다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듣는 쪽에서 주의집중을 하지 않아도 발표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말하는 쪽에서는 상대가 ‘네, 네에?’하고 자꾸 되묻는다면,말의 내용에 앞서 우선 목소리크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귀가 좀 안 좋은 사람은 너무 큰 목소리를 내서, 역시 상대로 하여금 듣기 싫게 하는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주위서 더러 보시죠?

저는 사람들 태도 중 이 점을 참 아쉽게 생각 합니다.

악기는 연주 전 튜닝을 하고 노래도 헛기침 여러 번 해가면서 사전준비를 하면서, 왜 말은 연습을 않고 바로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느냐 이겁니다.

 

 김재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