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높은 그곳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8-03 11:06:22

 


오늘 성남서 손님이 찾아왔다. 어제 전화가 미리 있었다. 일기의 제목 높은 그곳은 오늘 받은 조여사의 두 번째 수필집 제목이다. 부부동반으로 와 몇 년 만에 보는 거다.


시내로 나와서는 첫 방문이 된다
. 산막골로 한번 방문해 하루 묵어간 적이 있었다.


바깥양반인 정형과는 한 건물
1, 2층에 같이 있었다. 표구사와 화실이니 찰떡궁합이다.


가 얹혀서 한 솥 밥을 몇 년간 같이 먹은 사이다
. 식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다. 춘천을 떠난 이후엔 서로 여러가지 사정으로 자주 만나지 못했어도 깊은 정은 늘 남아서 더러 기억이 살아나곤 했으니까. 총각 때 만나 결혼, , 아들의 출생도 가장 먼저 봤다.


내 결혼 때는 정형이 함을 메어줬다
. 정형 부부를 만나 것은 내 삶에 큰 복으로 여긴다.

 

조여사는 내게 사군자를 배운 제자이기도 하다. 글쓰기에도 능력이 있어 주부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었다. 성남으로 이사간 후 본격적인 문학의 길로 들어서서 12년 전 첫 수필집을 냈었다. 이번 수필집엔 내 소나무 그림을 표지화로 썼다. 그런 연유로 책을 내게 주고자 찾아온 것이다. 인연의 끈은 이렇게 이어진다. 열무김치도 담가오고 삼겹살도 가져왔다. 정형이 술에 만취해 걸음도 똑바로 못 걷는데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나를 뒤에 앉으랄 때 망설임 하나 없이 앉아 느랏재를 넘기고 했었다. 내가 안타면 큰 사고를 낼 것 같아서 생사를 같이 했던 거다. 역시 내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었다. 내가 경험 못한 것들을 다양하게 보도록 해준 정형이다. 주로 대중유흥업소들이었다. 나하고 거리가 먼 곳 들이다.

 

산막골일기를 검색해보니 정형 부부가 산막골에 다녀간 것이 20168월이었다. 30여년 만의 해후라고 나온다.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떨어진 기간이 얼마가 됐든 만나면 어제만나고 오늘만나는 것처럼 간격이 없다는 점이다. 어색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화나 편지
, 어떤 방식이든 안부를 전혀 주고받지 않음에도 그렇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니 반갑고 고맙다. 수겸초당을 금방 둘러보고 앉지도 않은 채 바로 산천화루로 갔다.


가져온 열무김치와 삼겹살 넣을 냉장고에 공간이 없어서다
. 화실 냉장고는 거의 비어있다.


남촌막국수 별관으로 가서 막국수로 점심을 같이 먹었다
. 정형이 말리는데도 값을 치렀다.


식사후 나를 화실앞에 내려주고는 다음을 기약하고 떠났다
. 짧은 만남이지만 여운은 길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그 굴곡은 다단하고 깊을 것이며 비범하면 더 다변할 터이다. 개인의 운명과 인연은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는 천양각색이겠다.


쌍둥이조차 삶의 길이 다름에랴
. 그럼에도 누구와는 잘 통하고 소통이 안되며 어긋남으로 갈등하는 관계가 된다. 의지로 가능한게 아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란 티브이 프로가 있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더러 본다
. 상상도 안되는 희한하고 특이한 삶들이 보여진다. 무슨 업을 지었기에 그 다양하고 힘든 짐을 지고 사는가 싶어진다. 인간에게만 국한됨이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모두에 해당한다. 유사이래 인류가 살아온 퀘적과 역사를 보아도 경이롭다.


거기에 무슨 답이 있겠는가
. 주어진 대로 각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그러면 후회는 작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