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평생의 우정, 정기 진료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8-10 11:24:02

 


728, 견딜 수 없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수겸초당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는 생활이 답답하게 이어졌고 달샘의 제의로 어디론가 나가자는데 동의, 문제는 어디로 방향을 두느냐였다. 친구가 가평 설악면 쪽에 있다는 게 떠올라 전화를 하고 네비 찍어 출발했다. 이 친구는 브라질, 미국, 일본을 넘나든 국제통이다.


만남의 시간보다는 떨어져 지낸 시간이 비교가 안 되게 길어도 삶의 초기
, 서로 그림자처럼 붙어지내며 물과 물고기 관계여서 깊고 넓게 얽혔었다. 친형제보다 더 가까웠다. 소식을 따로 주고받지 않고 지낸 세월이지만 삶의 중요 고비마다 만나 살고있는 큰 줄기는 꾸준히 알고 지내왔다. 둘다 미주알 고주알은 아니다.

 

첫 만남부터 그림으로 시작했고 서로 평생을 그림과 함께하는 생애다. 초기엔 내가 도움을 주는 쪽이었고 최근엔 내가 도움을 받았다. 지난 3월에 만났고 몇 달 소식이 끊겼는데 미국에 다녀왔다며 최근 문자를 받았었다. 춘천서 먼 거리도 아니건만 가볼 생각을 못했으니 내가 사는 방식이 그렇다. 뭐든 능동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성격이 아니다. 달리 소같다 하겠는가. 가는 길에 점심으로 짜장과 짬뽕을 먹었다. 지독한 폭염으로 차량통행이 아주 적다. 움직이는 사람 보기는 더 어렵다. 어째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더운 날들이 이어진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은 밝고 가볍다
. 새삼 질기게 엮인 인연이지 싶어진다.

 

20대 초반에 만났으니 근 50여년의 세월이다. 각자 제 할일을 하면서도 같이 붙어다니기도 껌딱지 같았다. 셩격이 같지 않음에도 기질이 맞았다. 서로 갈등을 겪은 일이 없음도 신기할 정도다. 이 친구의 사교력만큼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탁월했다. 당시 나는 보청기도 안낀 청각장애자였음에도 참 잘 통했다. 이번에 만나 지난 이야기 나누며 나와 대화를 하기위해 목청이 커졌던 일도 알았다.


당시엔 인식을 못했었다
. 서로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청춘시절이다. 매사 물이 흐르듯 어우러지며 각자 처해진 환경에서 성심을 지켰기에 오늘이 있겠다.


남은 여생에서도 서로 나눌 일이 있을 것이다
. 쉽지 않은 귀한 우정이라 여긴다.

 

29, 한림대병원에 가는 정기진료일이다. 아침 7시 반경 가서 공복에 채혈을 하고 병원 앞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집에 와서 약을 복용하고 조금 쉰 후 2시간 지나서 다시 채혈, 기다려 담당 홍교수 만나 당수치가 모처럼 떨어졌다며 반가운 말을 들었다. 약방에서 3개월치 약을 조제받고 기능이 떨어진 보청기를 독일보청기에 수리 맡겼다. 두 개로 번갈아 써왔다. 땀 때문에 습을 먹은 후 건조 시켜도 회복이 안됐다. 귀걸이형이라 땀을 많이 흘리면 습을 먹는다. 달샘이 반팔 웃도리를 두번째 만들어 준게 마음에 흡족하게 나왔다. 잘 아울린다.


초보자 솜씨로 안보인다
. 일취월장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폭염이 지독하다. 비도 안 내리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햇볕에 나서면 현기증이 일어나고 머리가 사우나에 들어간듯 뜨겁다. 이런 와중에 일본에선 올림픽이 개막됐다. 올림필 유치신청서에 온화한 기온이라고 했단다. 시작부터가 사기다.


진행도 억망이고 골판지 침대에 좁고
, 냉장고와 티비도 없는 선수촌으로 시설이 형편없다고 한다.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 일본의 허상이 깨지는 올림픽이 될 모양이다. 폭염에 습도까지 높아 선수들에겐 최악의 환경이라고 한다. 승패를 떠난 한국선수들의 훌륭한 품성들은 자랑스럽고 흐믓하게 만든다. 개막식부터 올림픽과 관련된 매사에 일본이 무너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놀라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