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깊어가는 가을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11-02 11:01:10

 


1028, 춘천뿌리전과 강원미술대전 초대작가전에 냈던 작품을 표구사에서 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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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다. 이제 내일 끝나는 예우회전 작품 2점만 회수하면 당분간 전시는 없다. 홍매도 2점은 표구만 하고 전시는 안 한 것이다. 뿌리전에 매화도를 다수 출품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 내년에 오로지 매화 작품으로만 전시할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내 화필 생애에 매화작가로 인식을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의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요.


의도없이도 뭔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번에 매화를 뿌리전에 출품한 게 그렇다
. 홍매도 소품을 서간지에 그릴 때 집 마루에서 지난 겨울, 무심히 연속해서 붓을 놀렸고 무언가 부족했기에 방치 해놨던 것들이다. 산천화루에서 다시 가지들을 추가하며 일정한 형식이 생성되었다. 발표하고 싶었고, 때맞춰 뿌리전이 역할을 했다. 매화를 무수히 그렸지만 전시회에 다수의 발표는 처음이다.

 

강원미술대전 추천, 초대작가전에도 화선지 반절, 20호 크기의 홍매도를 출품했고, 예우회전도 초대전과 같은 크기 홍매도에 소품 산수화, 1점을 냈다. 두 홍매도는 한향[寒香]과 세령[洗靈]을 화제[畵題]로 삼았다. 뿌리전 소품들과 크기만 다를 뿐 다룬 방식은 같다. 소품들과 같이 그렸던 작품이고 기존 방법에 새로운 기법이 적용된 경우도 똑같다. 직선의 가지가 다수 들어가 기존 방식에 추가된 형태이다. 신북읍 발산리에 터 잡으며 산책을 나가면 매화나무가 많았다. 여느 때 없이 직선의 가지들에 눈길이 쏠리곤 했었고, 매화도에 소극적이나마 더러 적응 시켰었다. 한문학을 하는 강촌 후배가 내 매화작품을 보고 전화를 했고 만났다. 조선 영조 때 이곳 신북 출신의 남옥[南玉]이란 분이 지은 40수의 매화시를 자신이 번역해 놓은 게 있다며 내 매화도에 담아 전시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뜻밖이었지만 매력이 있다. 내 매화의 기량을 맘껏 펼쳐보고 싶어진다. 기회가 된다.

 

27일 한국화 수업은 5명이 전원 출석, 충실하고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제 두 번의 수업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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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종강이다. 발표전에 낼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5일까지 작품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마무리가 어려우면 수업 날과 관계없이 산천화루에 나와 내 도움을 받으라고 당부드렸다.


미술계는 서양화가 다수고 한국화가 소수다
. , , 고 교육이 서양미술 위주로 이뤄지는 결과이겠다.


비록 한국화가 숫자는 적지만 존재감은 있다
. 더욱 분발해야 한다. 전통도 지켜야 하고 시대 미학도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소화해낼 짐을 지고 있음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은 최근 대한민국같은 삼천리 금수강산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어, 우리 민족이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위대한 강산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작사한 개벽행진곡에 백두한라 금수강산 아름다운 우리 숨결이라 노래한다. ‘모든 산하 푸른물은 생명약동 근원이라고도 했다. 그 세계를 산수화로 펼쳐 보일 일이다.

 

재주는 무디건만 오리랖은 넓어서 산수화, 문인화에 한글, 한문 서예, 전각까지 감당해왔다. 문학은 필수로 따라 붙는다. 시는 엄두도 못내 현대시와 한시까지 섭렵만 하고 산문은 꾸준히 써왔다.


늘 부족함을 자각하기에 방심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 오직 진지한 노력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젊어서의 소신은 기초를 넓게 닦아야 큰 집을 지울 수 있다여서 두루 섭렵하다보니 아직은 한 가지도 깊이를 만들지 못했고 그렇기에 어느 것도 뚜렸하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부터 더욱 집중을 해야 한다. 깊이와 넓이가 같이 담긴 작품을 해야할 과제가 있다. 여러 날 째 날씨가 쾌청하고 가을 기운이 충만하다. 산야의 단풍들이 하루가 다르게 물들어가는 중이다. 이 가을 깊어가는 것처럼 가슴 속도 숙연해진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리라. 어떤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생애가 다하는 날까지 변함없어야겠다. 수확의 계절, 내게도 생애 마지막 풍요로운 수확에 전념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