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입동날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11-16 10:36:27

 


117일이 입동[立冬], 이제 절기로도 겨울로 접어든 날이다. 오전 10시경 집 현관 앞에 의자에 앉아 마당을 둘러보다, 대문 옆에 있는 뒷쪽 담장을 유일한 벽으로 하고 삼면이 빈, 지붕은 요철형 함석이 7장 덮히고, 앞쪽에 손목 굵기보다 약간 작은 원통 쇠파이프 3개를 기둥삼은 창고라기도 뭐한 공간에 잔득 쌓였던 잡동사니를 산천2리 이장님 부부 덕분에 신북읍 봉사단체에서 열 댓명이 와서 얼마전 정리를 해줬고 마당이 훤한 모습이 됐다. 외양간을 허물며 널려있던 폐자제까지 해서 1톤이 훌쩍 넘는 허접살이가 나왔다. 폐기물 처리 비용이 적지 않았다. 그 공간의 대문 쪽 바닥 모서리가 애매한 게 눈에 거슬렸다. 폐벽돌 몇 개만 가져다 경계를 만들고 흙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덤벼들었다. 한 단만 두르고 흙을 채우면 될듯 했는데 막상 해보니 두 단을 쌓아야 했다. 대문 밖 배수로에 쌓인 모래흙을 파다가 낮은 곳을 채우니 역시 처음 생각했던대로 반듯해졌다.

 

대문과 이 공간사이 담벽에 놓인 재법 부피가 나가는 나무판대기 등 두 가지 물건을 구획해 반듯해진 공간으로 옮겨놨다. 거기가 또 좀 낮아서 움푹진 곳이라 흙을 파다 메웠다. 한 곳이 치워지면 그 옆에가 눈에 거슬리니 계속 손이 가야했고, 그 효과는 금방 눈에 드러나서 이어지며 오후 3시경까지 작업에 몰입, 앞마당 전체가 말끔해져 개운했다. 그제야 허기가 엄습했다. 그때까지 먹은 게 없었다. 성격이 얼렁뚱땅, 대충, 이런 것이 없다. 제대로 하던가 아예 손을 안 대거나다.


양극단이다
. 이제 길가 담장 아래쪽으로 깔아놓은 폐벽돌만 잘게 부스고 모래든 마사토든 깔면 완성이다. 시간이 나는대로 해나가면 된다. 무어든 손을 대면 확연하게 바로 표가 나니까 일 맛이 난다. 볼품없는 도끼로 다듬은 투박한 기둥에 위풍을 막느라 천장이 낮은 볼품없는 집이지만 살면서 하나 둘 마음에 들며 여러가지로 정감이 느껴져 좋다. 가꾸어 가고 싶어지는 집이다.

 

8일엔 모처럼 흠뻑 비가 내렸다. 빗물이 마당 움푹한 곳엔 제법 고일 정도다. 꽤 오랫동안 비가 안 왔었다. 이젠 잎이 다 떨어진 나목도 꽤 늘어났고 늦게 물든 단풍들도 있다. 때를 모르고 녹색을 붙들고 있는 나무도 더러 보인다. 이런게 인공이 범접 못하는 자연의 참 모습이겠다.


자기만의 특징과 개성이 훼손받지 않는
, 그러나 적자생존은 비정한 생태계다. 9일엔 마을회관에 80호 크기 낙산사 사천왕문15호 크기 용화산 암송도를 걸어줬다. 다음 주에 시장님이 간담회하러 마을회관을 방문한단다. 소나무 기념식수도 있다. 주민 몇 분이 보고 흡족해 했다.


기증은 아니고 기한 없이 빌려주는 것이다
. 만파식적휘호도 걸려있고 이건 기증이다. 뜻을 묻는 이가 있어 해설을 해줬다. 서간지에 쓴 소품이다. 이장님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써봤다.


주민 여러분이 왜 화실에 불이 늦게까지 안 켜지느냐는 관심도 보였는데 참 고맙게 여겨졌다
.

 

표구사 박사장이 와서 마을회관에 작품을 걸어 준 후, 달샘과 의암호 드라이브를 하다가 삼천동의 케이불카 타는 곳을 보고 예정에 없던 케이불카를 타고 삼악산을 다녀왔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기다림이 없었다. 달샘은 케이블카를 생전 처음 타본단다. 그렇게 좋아했다. 나도 더러 설악산 스케치가면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본 게 전부다. ! 언젠가 서울 남산 케이블카도 한 번 타봤었다.


삼악산은 국내 최장의 길이다
. 산 정상쪽에 탑승장을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뒤쪽의 등산로는 아직 완공이 안 돼서 폐쇄돼 있었다
. 새로운 명물의 탄생이다. 호수와 산의 조화는 명품으로 최고이겠다. 올 가을의 단풍나무들은 어쩌자고 그리 고혹적이게 붉게 타오르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삼악산 등산을 해본지도 꽤 오래다. 이젠 체력에도 자신이 없다. 덕분에 가끔 삼악산 소나무를 그리러 가는데 이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