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현곡시인이 전화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다. 아직이랬더니 차를 가지고 수겸초당으로 왔다. 근래 서로 좀 뜸했었다. 근화동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두루치기로 식사, 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하고 있는 소소서우회 7인전을 같이 보러갔다. 눈발이 드믄 드믄 날리기 시작이다. 현관에서는 접종 확인이 필요했고 스마트폰에 제시해놓은 번호를 입력하니 확인이 금방 됐다. 한 사람 당 10점 이상씩 걸었으니 합동 개인전이나 다름없다. 모두 전, 예, 해, 행을 고루 내놨다. 문인화와 한글을 곁들인 분도 있었다. 큰 전시장이 꽉 찼다. 춘천교대 출신들이다. 전임 총장도 둘이나 되고 대부분 교육계에서 평생을 헌신했으니 서예도 모범적이다.
내용 또한 고전명구들로 채워졌다. 가장 작품을 많이 건 죽림형이 현관서 부터 반겼다. 초교 교사시절부터 원주의 서예계를 위해 애썼었다. 모교의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정이 깊다.
나는 몰라도 출품자들은 모두 나를 알고 있어 환영을 해줬다. 먹을 갈고 붓을 잡아서겠다.
전시장을 나와 현곡과 산천화루로 오는 동안 점차 눈발이 제법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실에서 요 며칠 동안 작업한 합죽선 두 점과 손을 풀기위해 서간지에 작업한 소나무, 매화 소품들을 보여줬다. 첫 날은 새벽 2시에 귀가하고 나머지 사흘 동안은 12시 귀가를 했었다.
홍매도를 친 합죽선은 서간지에 몇 장 연습하고는 바로 거침없이 작업이 됐는데, 율곡송매도는 며칠 동안 서간지 연습을 하고도 본 작업만 하루 8시간 넘게 이틀이 걸렸다. 이렇게 공력을 들여 그려봤던가 싶다. 무형문화재10-4호 엄주원 선자장의 합죽선에 그린 것이라 그에 값하는 작품을 담고자 최선을 다한거다. 부탁하신 분 또한 안목을 가지신 분이기에 더욱 그랬다. 부채는 오래 전에 인사동서 구입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선자장은 검색을 해보니 작고하셨다. 한 달의 절반을 소비했으니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혔다. 어제는 화제 쓰고 낙관까지 해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