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추(晩秋)의 길까페 여인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5-24 11:17:40

*강원장애인신문 구독자이신 개인택시 기사 서창범 님이 보내주신 기고문입니다.

 

서창범 님(우측)과 그의 아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늦가을 오후였습니다. 우리 원주의 명산(名山) 치악산 국립공원 행구동 길까페에서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한 여성 승객을 카카오 택시콜을 이용하여 모시게 되었습니다.


우리 택시 본연의 임무가 승객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 외에도 친절하고 깨끗하면서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마음에 저는 부드럽고 분위기가 있는 발라드풍의 음악을 카 스테레오를 통하여 틀고 운행합니다
.


지금은 음악도 과거의 테이프나
CD도 필요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수많은 곡을 다 감상흘 수 있는 시대 아닙니까?


그날도 변함없이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멜론(melon)’ (App)을 통해서 나오던 음악 중, 90년대에 히트했던 가수 김종찬의 노래 당신도 울고 있네요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만추
(晩秋)의 오후,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함께 그 여인은 분명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미세하게나마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를 룸미러(Romm Mirror)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 흐르고 그 여성 승객이 작게나마 흐느끼는 동안 차는 목적지인 남부시장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 가슴으로부터 뭉클한 감동과 애절함이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손님, 말씀하신 목적지 남부시장입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하게
, 조심스럽지만 정중하게 목적지 도착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여인은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감아버린 두 눈에 고인 눈물은 이슬이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참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기사님, 아팠던 기억이지만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저의 옛날이 생각나서 슬펐습니다.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내게 건넨 택시비는
5만원권 지폐였습니다. 미터기의 요금은 4,500원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거스름돈은 비 내리는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좋은 노래 들려주신 값으로 드리겠습니다.”


우산도 없이
, 적지 않게 내리는 비를 맞지 않고자, 빨개진 얼굴이 부끄러워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한 여인의 애절했던 과거를 상상할 수 있었고, 저의 이 직업에 대한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