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라미 일기] 7월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7-12 11:42:23

 


7월을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일이다. 한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났다. 6, 문화원 한국화반 수업이 있어 화실에 올라갔다. 5일 오후에 이웃에 사는 정선생은 사정이 있어 수업에 결석한다며 초당에 왔었다. 여러 이유로 두 번의 결석이 있었다. 연속 세 번째 결석까지 하게 되니 전화하고 방문까지 한 것이다. 신선생, 김여사 두 사람의 수업은 인원이 적은 만큼 충실했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리는 연일 찜통더위다. 7월 들어 이틀 동안 비도 흠뻑 내려 발산천과 산천천의 수량이 풍성해졌다. 온전히 맑은 날도 거의 없었다. 변덕꾸러기 날씨로 흐렸다 맑아지고 비가 조금 내리기도 하며 단 하루도 안정된 날씨를 안보였다. 에어컨이 있어 견뎌내는 나날이다. 초당과 화실에도 에어컨이 있다. 선풍기만 가지고는 감당이 안 되는 폭염이다. 달샘이 수요일에 와 수업 끝내고 세월교와 소양댐을 들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문화원에서 내는 향토지가 있는데 올해는 신북읍 편이다. 여기에 수록할 삽화를 의뢰받아서다. 삼한골, 유포리 사과밭, 샘밭장터 등을 함께 담아내야 한다. 7월 말까지 해야 할 과제다.

 

 

무덥다보니 땀을 많이 흘린다. 유난히 더 그런 체질이기도 하다. 문제는 귀걸이형 보청기가 흠뻑 흘리는 땀에 습을 먹어 기능이 안 되는 것이다. 가벼운 건 선풍기에 말리면 다시 기능이 살아나지만 습이 심하면 그걸로 안 된다. 귀걸이형을 보조로 하나 더 가지고 있고 포켓형도 있는데 전부 기능이 엉망이다. 둘은 아예 먹통이고 하나는 현저히 약해져 전화를 주고받는 것도 소리가 적게 들려 난감해진다. 특히 머리쪽에 땀이 가장 많이 나기에 여름이면 조심해도 어쩔 수 없는 기능 장애가 생긴다. 한림대병원 앞에 있는 단골점포에 가야 수리가 가능하다. 기동력이 없으니 폭염에 움직이기 어렵다. 오후 5시경 형님한테 전화하니 안 받는다. 그 와중에 조각하는 후배의 전화가 두통이나 왔다. 안 들리는 사정이라도 알리려고 전화를 했는데 간신히 소통이 됐고 후배부부가 초당으로 와 보청기수리점까지 가서 기다려 손을 봤고, 우두동 고기집으로 가 저녁까지 냈다. 내가 소장하고 싶었던 소품을 가져왔고 원하는 내 소품을 줬다. 교환이다. 5시간 가량을 같이 했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다 풀렸다.

 

대문 옆 우편함에 나가보니 진란시인의 신작시집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와 월간 서예문인화’ 7월호가 꽂혀있었다. 시집 속지에는 내 아호, 이름, 그리고 사랑하기 참 좋은 날과 시인의 서명이 있다. 고맙고 기뻤다.

 

보내주는 시인의 정성이 오롯이 담겨있어서다. 오전엔 흐렸던 날씨가 오후엔 맑게 개었다. 초당에 달샘이 가꾼 작은 화단도 있고 꽃들이 한창 이쁘다. 조각가 부부도 화단을 보며 곱단다. 집에도 들렸고 화실도 봤다. 얼마 안 된다며 보청기 수리비며, 거한 저녁을 사고, 봉의산 카페까지 풀코스로 대접을 받았다. 어떻게 나가서 보청기 수리를 하나 막막하다가 다 해결이 되는, 평안과 행복을 줬다. 보청기는 수리를 했지만 예전 기능만 못한 게 아쉽다. 억지로 되는 건 없다. 순리로 해소되어야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