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낸 에세이] 약체를 노리는 사냥꾼

지소현 승인 2022-07-19 10:54:26


지소현 본지 대표, 수필가

 

동물의 왕국은 적자생존이 일반적이다. 동물의 범주에 드는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힘센 자에게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힘이란 권력이나 우월한 지위가 아니라 사람을 홀리는 기술도 포함된다. 정보, 지식, 인맥 등이 나보다 월등한 사람은 강자이다. 그는 선한 영향을 끼칠 때도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른바 사기꾼이다. 실제 주변인일 수도 있지만 보이스피싱, 인터넷 공간 등등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노리는 것처럼.


내가 처음 사기꾼을 본 것은
10대 때다. 어느 날 보따리를 인 여자 서넛이 산골 동네에 들어왔다. 그들 중 한 명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과 내가 있는 앞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차곡차곡 옷감이 쌓여 있었고 윤기가 흘러 값도 나가 보였다.


양복점 하는 남편이 바람 나서 나를 쫓아냈어요. 시어머니가 급히 옷감을 이렇게 싸주었어요. 어디를 가든지 밑천으로 삼으라고요.” 눈물을 글썽이며 팔아 달라고 사정을 했다. “군청에 다니는 큰애 양복이나 지어 입게 삽시다.” 아버지의 요청에 야무진 어머니도 거절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들 양복 싼값에 입히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것일까. 요구하는 금액을 깎지도 않고 주면서 힘내라고 위로까지 했다.


그런데 나중 알고 보니 걸레도 못 할 낡은 천이었다
. 새언니가 양복점에 가지고 갔더니 다 삭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바지 한 벌을 지어 입은 결과 조금만 스쳐도 구멍이 펑펑 났다고 했다. 순박한 농부 부부가 당한 사기였고, 그 남부끄러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도 사기 비슷한 것을 당한 적이 있다
. 다단계 전화 개통, 건강식품 등등에서 기본이라는 돈을 투자하고 본전도 건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다단계의 경우, 상대가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여주기도 해서 철석같이 믿고 희망도 가졌었다. 하루빨리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조급한 욕심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나약함이 원인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장애인의 이야기다
. 장애인 스포츠 용품을 싸게 들여와 판다는 사람이 돈을 벌게 해준다고 했다. 마침 특별한 벌이도 없던지라 고이 간직한 통장을 헐어 거금을 물건 대금으로 선납했다. 그런데 1년이 다 가도록 물품 구경도 못하고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설마 나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사기를 치겠어.” 했는데 그냥 뜯긴 것이다. 어찌 사기꾼에게 양심과 동정심이 있겠는가. 뒤늦게 법적 조치를 하느라고 이런저런 에너지까지 소모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합법적 사기가 있다는 것이다
. 정치꾼들의 달콤한 유혹이다.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연을 이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약자들의 갈급한 상황을 해결해 줄 것처럼 설레발을 친다. 당선 후 거짓이 탄로 나면 검토해 본 결과 불가능했다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속고 속이는 세상
! 사기꾼은 실로 치밀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남을 믿기 때문에 의심부터 하면 병자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 그래서 한 번도 사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책도 하지 말고 원망도 하지 말고, 오직 욕심을 버리는 것만이 상책이다. 사람도 동물이지만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