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낸 에세이] 4차원적 중독

지소현 승인 2022-08-02 11:41:06


지소현 본지 대표, 수필가

 

나의 가문에는 조그만 암자를 짓고 불도에 정진한 조상이 있다. 아버지의 인척 이모, 자세히 말하면 나의 할머니 사촌 여동생이었다. 영월읍 연하리 완택산 골짜기에 기거하였고 일 년에 한두 번씩 우리 집에 오시고는 했다. 주역까지 통달했다는 이모할머니는 우리 가족과 이웃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할머니가 오시는 날에는 동네 아낙들이 모여들었다
. 한해의 길흉화복을 묻고 관상을 보기도 했다. 우리 5남매를 두고 누구는 잘살 것이다, 누구는 팔자가 세다, 단정적 예언을 하고 어머니에게는 작은아들 덕을 볼 것이다말했다. 아무런 비판의 능력이 없던 시절이라 그런 할머니가 신비한 존재였다. 나를 보고는 중이 될 팔자라고 해 다리가 아플 때 정말로 출가를 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살면서 할머니의 신령함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가 덕을 볼 것이라고 예언한 작은오빠는 39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여서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다. 천하의 불효일 것이라고 이간질 한, 큰오빠 내외가 돌아가실 때까지 효도를 했다. 중이 될 팔자라고 한 나는 납작 엎드려 108배를 하는, 신체적 조건을 일찍이 상실했다. 운명적으로 중이 되어야 했으면, 어찌 다리를 구부리지 못하게 된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때의 영향을 받아 점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 미래가 불안했을 때다. “재물 복을 타고나서 잘 살 거라는 점쟁이 말이 탄산수를 마신 것처럼 시원한 위로를 주었다. 그 일시적 사탕발림에 중독되어 답답할 때면 점을 보았다. 남들 눈이 있으니까 전화를 이용했다. 30초당 일정 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어떤 달은 수십만 원 요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정신과 병원 다녀온 셈 쳐야지합리화를 했다. 큰아들이 눈치 채고 강력한 항의를 했을 때야 멈추었다.


그즈음이었다
. 기독교 법인인 직장인지라 항상 책상 위에는 성경책이 있었다. 어느 날 무심코 펼쳐서 가슴이 뻥 뚫리는 구절을 만났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디모데후서 1:7)”


아하
! 이거다! 두려워서 이리저리 끌려다닌 것이 수치스러웠다. 불안할 때마다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을 수없이 중얼거렸고 어느 사이 합리적이고 의연하게 변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의 마음은
4차원이다. 4차원은 3차원인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운명을 결정한다. 풍요의 시대지만 너나없이 불안과 동행한다.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점술에 의존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 부적까지 지닌다. 태초부터 이어온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점에 의존하는 부류의 특성을 정리했다
.


객관적 통찰력 부족
, 나의 불행을 남의 잘못으로 여기는 회피심리, 의존적인 성격, 한탕주의 요행심리 등등이라고. 그리고 바넘효과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성을 자신만의 것이라 믿으려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산골 동네 신이었던 이모할머니 생각이 났다. 나이 많은 영감님하고 사는 젊은 아낙이 있었다. 그 여인을 보자마자 남편과 가끔 싸우는구먼. 보따리 싸고 싶지?” 하셨다. 그 여인은 어찌 이리도 꿰뚫느냐고, 용하다고 감탄했다. 사실 남편과 싸우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으며 감정이 격해지면 보따리 싸고 싶지 않은 아낙이 어찌 그 여인뿐이겠는가.


복합한 현대는 사건 사고가 차고 넘친다
. 상대방 잘못으로 당한 교통사고, 강도, 살인, 사기, 절도, 배신, 예상치 못한 병마, 폭행, 폭언, 강간, 갑질로 당한 해고, 깡통 주식... 이러한 불행을 사전 점술로 예방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부흥의 뿌리인 새마을 운동 때
미신을 타파운동이 있었다. 잘 살기 위해서는 혼돈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강력한 지도자의 방침이었다.

 


정신에 무엇을 담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변한다
. 건전한 정신은 긍정적인 행동을 하고 좋은 열매를 맺는다. 허무맹랑한 곳에 중독되었던 과거의 교훈, 이제는 나를 통제하는 높은 차원에 중독되고 싶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