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발 기고문] 래프팅 업체의 양심을 고발합니다. “급류에 사경을 헤매다.”
정려운(본지독자, 수필가)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8-17 11:19:13

86일 오후 1시 처음 타보는 래프팅,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남편 회사 모임인 수영회 10명이 보트에 탔다. 물살에 뒤집혀도 강사가 있고 수영하는 남자들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하면서 오른 것이다. 생각보다 물살이 깊고 쌨다. 불안했지만 강사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물살을 가르며 갔다. 5분정도 지났을까 보트가 돌 속으로 들어가 긴장이 시작되었다. 뒤에 오는 보트가 우리가 탄 보트를 받았다. 물의 흐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보트를 빼내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라고 강사가 지시했다
. 그가 보트에서 내려 밀고 실갱이를 해 보트 방향을 틀고 다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분도 안 돼 급류에서 균형을 잃고 보트가 뒤집혔다. 난 순간 보트 끈을 잡고 매달리며 끌려갔다. 모두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류의 깊이와 물살의 속도에 보트 끈을 잡고 목숨을 유지해야만 했다. 보트 끈을 잡은 옆에 연수 엄마 부부도 같이 있었다. 좀 있다보면 누군가가 구해주겠지... 한참을 떠내려가는데 강사가 소리친다. 빨리 보트 끈을 놓으라고.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게 방법인지 알았다. 끈을 놓은 순간 급류에 휩쓸리며 물을 먹기 시작했다. 앞에 큰바위가 보여 저걸 잡아야 살 수 있다. 가슴으로 안았지만 휩쓸리며 물을 먹었다.


내 뒤에 따라오던 연수엄마 부부
, 남편이 물살을 헤치고 부인을 대리고 뭍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흐른다. 사경을 헤매는데 남편도 그 누구 한 사람도 안 보인다. 저 멀리 강사가 노란 보드를 잡고 간다. 강사 한 사람이 내 손에 잡고 있는 놋대 두 개를 양쪽 손에 잡고 있었다. 나의 비상 무기였다. 나는 놋대를 높이 들고 강사가 보길 바라며 흔들어 댔다. 강사가 뭍에 정차한 모습이 보여서 온 힘을 다해 흔들었다. “제발 구해주세요.” 급류에 계속 물은 먹고 그 넓은 강 중앙에서 나 혼자만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머리는 빙빙 돌고 뱃속은 뒤틀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막대기를 들고 흔들었다. “살려 주세요.” 아무도 나를 찾는 기척이 안 보인다. 나는 이제 죽는 구나, 기운이 없어 더 이상은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삶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허무함이 밀려오고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억울함이 머리를 스치고, 어차피 죽느니 다시 한 번 마지막 힘을 내보자. 모자를 들어보니 오른쪽이 보였다. 죽을힘을 다해 보자. 온힘을 다해 헤엄쳐 보자. 그러고 기억이 없다. 어느 순간 억새풀잎의 촉감이 팔에 닿았다. 난 얼른 풀을 잡았다. 발에 흙의 촉감이 있었다. ! 내가 살았네.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뭍으로 나가는데 소변이 나도 모르게 흐르고 있다. 다 어디에 있을까. 남편은 괜찮은 건가, 이제사 생각이 든다.


바위에 올라 조금 있다 보니 보트 한 대가 보인다
. 그 뒤에 또 한 대도 온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살아있다고 웃으며 소리친다. 일행들이 뭍으로 올라오고 남편도 올라온다. 어깨를 두드리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강사가 누워서 심호흡 하라 한다. 땡볕에 누워서 내가 살아있구나 하고 있는데, 어디 다친데 없는지 얼마나 놀랬냐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다시 강사가 출발하자고 한다. 난 도저히 머리도 아프고 배가 아파서 더 이상 못 가니 차 불러주세요 했다. 남편이 가지 않고 남았다. 비틀거리며 도로까지 올라 차를 타고 래프팅 지점으로 갔다. 내 손등에는 퍼런 멍과 피가 나고 있었다. 어떤 직원 남자가 와서 대일밴드 드릴까요 한다. 이봐요 대일밴드는 저희 집에도 있어요. 배가 아프고 머리도 많이 어지러워요. 그 직원은 물 먹으면 다들 그래요”, “의자에 앉아 쉬면 괜찮아요했다. 죽음과 사투를 벌인 나의 하소연인데 아무런 대꾸도 없다. 인간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가?

다들 그래요!”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생과 사에서 사투을 벌인 시간이 20분정도일까. 1킬로 정도 급류에 휘말린 그 순간의 충격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눈 감고 잘 수도 없다. “타기 전에 오늘 물살이 세니 심장이 약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거나 무서운 사람은 타시면 안 됩니다.” 이런 말 한마디면 나는 안 탔을 것이다. 강사나 남자들을 믿은 것도 오산이었다.

 

한 사람이 급류에 휩쓸렸는데도 일행 중에는 119를 부른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물에 빠졌다 나온 후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회장이 방수용 핸드폰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말이다. 한 사람도 물에 뛰어들어 나를 찾으려 안 했다니! 지금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나보다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며 살아온 삶이 배신으로 이어졌다.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경로를 점검할 때가 온 것이다.


집에 오면서 차 속에서 남편한테 물었다
. “119 전화했어요?” “사람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전화해.” “그럼 죽은 후에 119에 전화하는 건가요. 당신은 내가 없는지 몰랐어요?” 뭍에 올라와 사람을 세여 보니 9명이란다. 위쪽에 나 같은 여자가 있는 거 같았다고 했다. 미처 생각을 못 했을까? 확인이 안 된 상태인데 119 전화도 안 하고 남자 7명중 나를 찾은 사람이 없었다. 자기 부인들을 구하고 뻔히 급류에 떠내려가는 나를 목격한 사람이 4명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아무런 조치를 안 하고 방관을 했는지, 나는 생과 사에서 사투을 벌인 사이 끔찍한 그 순간이었는데 후문에 의하면 회식자리에서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는 농담마저 오고 갔다고 한다. 그 충격적인 양심을 나는 고발한다.

 

요즘 뉴스에서 래프팅 사고 소식을 보았다. 나의 모습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이제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고 있는 래프팅 회사를 고발한다.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안전요원도 없고, 직원들의 다들 그래요하는 말이 어이없다. 그날 우리에 앞서 급류에 4명의 여자가 병원에 실려 갔는데도 말이다. 아무런 조치 없이 강행한 업체와 강사의 무책임적인 행동, 사람 구조가 먼저 아니고 보트만 챙겼던 그 양심이 충격적이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
. 다만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안일한 자세에 분노가 인다.


온몸의 통증과 정신적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한숨만 인다
.


난 지금 병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더이상 나 같은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세상에 알리고 싶다
. 목숨을 내 놓는 체험 래프팅이며 평생 그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2022812일 병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