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처서도 지나고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9-06 11:56:29


 

823일이 처서였다. 처서를 지나며 폭염은 사라지고 완연한 가을분위기로 바뀌었다. 밤기운은 아예 선선해졌고 쌀쌀함까지 있었다. 날씨의 변덕은 더 심해져가고 지구온난화를 우려하지만 아직 절기만큼은 잘지켜져서 다행으로 여긴다. 절기까지 무너지면 그 때는 정말 큰 일이 된다. 27일은 모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명징한 푸른 하늘이 인상 깊었다. 종일 맑은 날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지난 여름은 폭염과 더불어 변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날씨였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늘어가고 걸리지 않음이 다행인 만큼 늘 조심하며 불안감을 가져야했다.

 


매주 수요일 문화원 한국화반 현장 수업은 잘 이어졌다
. 청탁받은 매화 소품도 해냈고, 더러 찾아온 사람도 만났다. 초려에서 두문불출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앞마당의 무성한 풀들도 놀이삼아 조금씩 손으로 일일이 뽑았다. 말끔해져서 좋다. 옆과 뒷쪽도 제초를 해야한다. 손을 안대서 밀림 수준이니까.

 

달샘이 16일 오후 1시경 왔고, 오후 4시 문화원 직원을 화실서 만난 후, 달샘의 제안으로 사북면 연꽃마을로 드라이브. 드넓게 펼쳐진 연들이 끝물이긴 하나 늦은 연꽃들은 많지 않았지만 더 귀하고 청초해 보였다. 달샘이 코로나 증상이 있는 듯 하다기에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거리를 두며 각 방을 썼다.


17
일 한국화 수업을 했고, 달샘은 18일 오후에 진단키트를 구입해 검사를 하니 양성이 나왔다. 나는 무증상이라 검사를 안 했다. 달샘은 밤새 열꽃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래도 몰라 19일 나도 진단키트로 검사하니 양성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보이는 증상들은 안 나타났다. 인후에 하루 밤 약한 통증이 있었을 뿐이다. 달샘은 해열제를 포함해 증상에 따른 약을 복용해도 나는 전혀 어떤 약도 안 썼다. 평소 복용하는 심장, 혈압, 당뇨약만 먹었다. 코로나 관련된 어떤 증상도 없어서다. 24일 한국화 수업은 결강, 달샘과 월정사를 다녀왔다. 달샘은 초행이란다. 나 또한 10여년 만의 행보였다.

 

25,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달샘은 여전히 양성이고 나는 음성으로 나왔다. 확진되어서도 아무런 증상이 안 나타났고 쉽게 회복이 된거다. 3개월에 한 번씩 가는 정기진료도 약의 여유만큼 뒤로 미뤄놨다. 8월 마지막 수업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나이도 있고 심장, 혈압, 당뇨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기에 코로나에 가장 위험하고 취약한 여건이건만 무난하게 잘 넘겼다. 덕분에 26일 화실로 찾아온 조형도 만나고, 오후엔 문화원 전시실에서 하고 있는 예우회전도 정선생의 차로 가서 둘러볼 수 있었다. 끝나기 전 날이 된다. 전시를 못 볼 줄 알았었다. 확진될까봐 전전긍긍하던 불안감에서 벗어나니 무엇보다 개운하다. 전 세계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의학이 발달했어도 해결하거나 극복을 못하고 있다. 과연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종말을 향해 돌진하듯 살아왔었다. 공해며 오염, 자원고갈은 심각하다. 코로나19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듯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희구했던 한국 문화의 힘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음을 본다. ‘방탄소년단이 그렇고 오징어게임같은 영화가 증명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들이 줄지어 뒤를 잇는다. 놀랍다.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 경제와 문화가 함께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중이다. “부력은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이게 백범선생의 소원이었다. 그 소원이 성취되어 감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특히 한글의 힘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가장 큰 영향력을 전 세계에 끼칠 것이라 본다.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라 컴퓨터며 인터넷 등 현대 문명과 가장 호홉이 잘 맞아서다
. 전 세계의 수많은 문자 중 창제자가 확실한 유일한 문자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까지 담겨있으니 한글 같은 문자가 또 있으랴. 유튜브를 보면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라마다 기하급수로 늘어남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