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오랜 인연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9-14 12:20:40


 

9월에 들어서서 갑자기 강화도의 늘샘을 통해서 서예가 보정[寶鼎]형의 소식을 들었다. 어쩌다 오랫동안 소식이 단절된 채 지내왔었다. 산막골일기를 검색해보니 2008210, 부부동반으로 산막골을 방문했었고, 그 이후로 어째서인가 얼굴을 못 본 건 물론이고 연락조차 없는 세월을 보낸 것이다. 며칠 전 보정형의 전화를 받았으나 내 보청기가 성능이 약해 반도 못알아 들은 채 첫 통화.

 


반가운 마음이야 말로 어찌 다 표현하랴
. 고창한묵회장을 하고 있으며 인사동에서 한묵회전을 할 거란 말을 들었다. 카톡으로 문자도 짧게 주고받았다. 도록을 부탁하며 여기 주소로 보냈더니 오늘[9] 대한통운에서 택배를 오후 2~4시 사이에 배달한다는 문자가 왔다. 택배를 받기 직전에 보정형의 전화를 받았고 오늘은 보청기가 잘 작동하는 바람에 꽤 긴 통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 주 금요일 16일이 되는데 서울전은 끝났고 고창에서 한 번 더 전시를 한다며 목요일 상경해 서울서 자고 같이 고창에 가 개막식에서 축사를 한마디 해달란다. 평생을 행사에 참석해 그런 걸 해본 일이 없는 사람한테 그랬다.

 

보정형을 근 50여년이 되도록 알아왔지만 미안하게도 그의 출신지도 몰랐었다. 고창이 고향인 걸 이번에야 알았다. 직업이 몇 번 바뀔 때마다 만났었으니 살아온 이력은 알면서도 출신지는 묻지도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으니 묘하다. 고창[高敞]엔 관심을 못가지고 살다가 이번에 집중해서 살펴봤다.


서정주 시인
, 서예가 석전 황욱선생도 고창 출신인걸 알았고, 선운사가 고창에 있음도 재인식할 수 있었다. 선운사는 어둠이 내린 후 서둘러 봤기에 대웅전 안쪽만 기억에 남아있다. 군 단위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출향 서화가가 33명으로 단체를 결성한 경우는 과문해선가 고창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한묵회와 함께 전시하는 향토작가는
15명이다. 서울전은 824~30일까지 인사아트센터 6층 전북도립미술관이었고, 고창전은 916~25일까지 고창 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하게 된다. 한묵회전 도록을 대한통운 택배로 보낸 걸 받아봤다. 고창이야말로 전북을 대표하는 예향인 듯 하다. 놀라웠다.

 

보정형이 샘밭 군단사령부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며 대담하게도 춘천 중앙로 로타리에 있던 장소에서 원곡체로 한글개인전을 가지며 춘천서화계 작가들께 인사 순방을 하러 묵촌화실에도 들려서 알게 되고 전시장에서 출중한 기량에 감탄을 했었다. 나도 소헌선생님 문하생일 때이다. 같은 또래여서 문서병이라 시내를 나오면 가끔 만났다. 74년인가 그쯤 된다. 제대 후 보사부에 들어갔고, 군단장을 지낸 이범준씨가 강릉에서 국회워원이 되며 보좌관으로 옮겼다. 이의원이 국회의원을 그만둔 후 교통부장관 비서관도 했다. 해사단체 사무국장을 지냈고, 무슨 일을 하든 붓을 놓지는 않았다. 일중 문하에서 국전에 특선도 했었다. 일년에 몇 번씩은 만났다. 보정형이 바쁜 사람이라 짬을 낸 것이기에 긴 시간은 못 가졌었다. 산막골 방문 후 14년 만에 다시 연락이 이어진 것이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들이 떠오르고 오랜 인연에 감회가 새롭다. 이제 직접 만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인연의 작용이란 오묘하기만 하다.

 

8일은 드믈게 정신없이 돌아갔다. 소양댐에 실향비 건립 문제로 점심을 함께하고 식후, 춘천시의회 부의장실에서 회합도 가졌다. 10명 가량 참석했다. 춘천에서 간행되는 지방지를 돕자고 지인이 작품 기부를 요청해 허락을 했는데, 이날 화실로 오겠다는걸 시간을 조정해 미뤘다. 실향비 모임 끝나고 지인과 시청 앞에서 만나 같이 화실에 들려 홍매도와 비폭도 소품을 골라 가져갔다. 요즘 한동안 못봤던 현곡시인도 아침 7시에 전화를 해 점심을 같이하자는 걸 역시 뒤로 미뤄놓고 마지막에 지내리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쩌다 일정이 연이어져 숨가쁜 이런 날도 있다. 그 전에 강원미협 60주년 기념전에 낼 삼분지 일 크기의 백매도를 완성해 사진 찍어 미협에 보내기도 했다. 등걸과 가지는 이미 전반기에 쳐놓은 것으로 꽃을 달고 백매라 배경 처리하고 추월 남옥의 매화시를 화제로 넣는다. 어제도 밤에 같은 크기에 꽃잎 달고 호분만 입혀 놨다. 꽃술을 달고 꽃받침 넣고 배경처리를 해야 한다. 남옥선생의 매화시 40여 수 중 그림과 어울리는 시를 고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매화도 또한 집중해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