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낸 에세이] 말의 힘

지소현 승인 2022-10-25 13:24:09


지소현 본지 대표, 수필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말을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들도 울음소리로 동족끼리 소통을 합니다만 차원이 다르지요. 인간은 말을 문자로 기록하고 전수하기 때문에 창조적 힘이 있습니다. 이는 인류 발전의 근간이기도 하지요.


성경에서
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느니라라는 구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죽고 사는 권세가 혀에 있다는 말씀도 읽었으며, “말이 씨가 된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도 자주 들었습니다.


저는 자랄 때 말을 조심하라는 부모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그 시절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친 말과 상스러운 욕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 할머니들의 일상용어는 빌어먹을 놈, 호랑이가 물어 갈 놈, 혀가 빠져 죽을 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식들을 나무랄 때도 아무렇지도 않게 뱉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친 언어 습관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삶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노, 좌절, 불안, 걱정들을 입으로 토해내며 달랬겠지요.


60
년대 초등학교 칠판에는 금주의 교훈, 고운 말을 쓰자라고 써있었지요. 선생님이 적어 놓은 훈육은 마음을 청결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의 아이들이 서서히 고운 말로 길들어질 때쯤에는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되어있었습니다. 말의 창조적인 힘의 효과가 아닌가 합니다.

 

문득 말로서 복을 빼앗겼던 A가 기억 생각납니다. 그의 어머니는 A를 비롯해 딸만 줄줄이 낳았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지즈바들 먹여 살리느라 골 빠져 죽겠다”, “에고 우리 조상들 다 굶게 생겼네. 지즈바들이 원수야”, “지즈바들을 보면 몸서리가 쳐져저주처럼 퍼부었습니다.


그 어머니 통한이 하늘에 닿았는지 끝으로 아들이 태어났지요
. 금이야 옥이야 기르는 데 딸들이 협력했지요. 업고 안고 돌보아 주고, 학령기에는 연로한 부모 대신 학비를 책임졌습니다. 유난히 똑똑했던 A의 공로가 가장 컸습니다. 그렇지만 A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요. 말로 입은 상처가 쓰라려서 부모도 남동생을 가슴으로 안지 못했습니다. 그냥 숙명처럼, 승리한 원수에게 조공을 바치듯이 도움을 주었을 뿐이지요.


딸들이 자라서 집안이 펴고 남동생이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되었어도 끝내 화목하지는 못했습니다
. 만일에 A의 어머니가 사랑스러운 말, 따듯한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 지금쯤 달라졌을 겁니다. 수고를 치하하고 감사하고 어루만지며 웃음꽃이 피어나겠지요.


어느 목사님의 글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 인간은 하루에 5만에서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요. 그중에 긍정적인 생각은 겨우 25%에 불과해 나쁜 말을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현대는 SNS로 불특정 다수가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부정적인 말에 상처를 입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습니다. 시공간을 넘어 빠르게 펴져 나간 나쁜 말의 쓴 열매지요.


성서에서는
열매 맺는말을 하여 좋은 것을 넉넉하게 얻으라했습니다. 복을 앗아가는 부정적인 말은 행복을 내동댕이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살기 힘들어진 요즘, 사회 곳곳에 말만이라도 따듯하게 오고 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말의 힘이 화평과 풍요를 어어 가는 무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