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3회 흰지팡이날 기념 시〉 흰지팡이 단상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10-25 13:28:48


이판구(강원점자도서관 관장)

 

널 처음 만났을 때

낯설고 어색해

겨울 바람 나목에 휭휭 부딪는 소리

밤새 슬펐지

너와 함께하며

끝없는 먼길 위에

널 버리고

주저 앉고픈 맘 어찌 없었으랴마는

 

널 진정 마음으로 품어 하나가 되고서야

뒤돌아 보지 않고

너의 자국 자국에

모진 질경이 포기 포기 심고 또 심었었지.

 

길 끝 아직 아득해도

오롯이 너만이

따뜻한 숨결로

내 삶에 구부러짐 없게 하였으니

영영 소중한 너

 

널 손과 마음에 지닌 이들은 안다

첫 만남의 휭휭대던 슬픔들

질경이 다시 돋아 하얀꽃 피는 봄의 예견이었음을

 

흰지팡이!

너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