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우수雨水도 지나고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2-28 11:31:23


 

지난 219일이 겨우내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아 풀린다는 우수雨水였다. 봄이 좀 더 가까이 왔다는 의미가 담겼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이 다음 달 초인 36일이다. 몸에 와 닿는 기온은 아직 영하가 계속되는 밤은 물론이고 영상이 되는 낮에도 썰렁하고 찬 편이다. 그렇더라도 봄이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위안을 받고 지낸다. 계절이 바뀌고 있는 환절기인 것이니까. 사계절 중 간절하게 기다리며 마중까지 나가고 싶은 건 오직 봄뿐이다. 삭막함 속에서 온갖 생명의 용출은 환희가 아니던가.

 


칠십을 넘어서도 아직 노인이라는 기분은 안들지만 봄이 점점 더 좋아짐은
청춘의 그 푸른 봄이 삶에서 더 멀어지고 있음에 비롯됨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이나 나라나 좋아지고 있다는 데 정작 봄 기운 같은 싱싱함을 접하는 건 귀해지고 있어서일까.

 

엊그제 뉴스에서 우리나라 지난 해 인구가 12만 명이 넘게 줄었다는 기사를 봤었다.


첫 번째 원인은 출생율 저하가 가장 컸다
. 언제부터인가 느끼고 있는 거지만 주변에서 아기는 물론이고 유치원생, , , 고 학생을 볼 수 없어졌다. 대학생 같은 젊은이도 그렇다.


결혼 청첩장도 점차 뜸해지고 있다
. 부고 받는 횟수가 더 많다. 결혼을 해도 아이는 하나 낳는 게 보편적이다. , 아들 구별도 없어졌다. 결혼 연령은 점점 더 늦춰지는 추세다.


청첩이나 부고도 인쇄한 우편물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 산아제한을 나라에서 적극 권장하던 때가 있었다. 이젠 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출생을 독려해야 할 판이다.


그런다고 호응할 시대도 아니다
. 유모차는 아기가 아니라 노인들이 지팡이 대신으로 더러 사용하고 있다. 이런 역설이 없다. 인구 감소의 여파는 여러모로 사회에 그늘을 드리운다.

 

우선 교육계가 타격을 먼저 받는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들이 통폐합되고 농촌엔 폐교가 늘어나고 있다. , , , 대학까지 파급된다. 작은 대학들은 폐교되고 있다. ··공군도 영향을 받는다. 입대하는 장병이 줄어 사단이며 군단이 통합되는 현상이 생기는 중이다.


인구의 감소는 해가 갈수록 더욱 커질 터이니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나라 전체에 큰 영향을 파급시킬 것이다
. 나라든 사회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이 안타까워진다.


도시에서는 남녀노소가 적절하게 안배되어 느끼지 못함도 있겠다
. 내 사는 곳만 해도 농촌이라 온통 노인들만 보며 살아간다. 전국의 시골은 주민들이 어디론가 떠나서 마을이 소멸하고 빈 농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나 지방 행정이나 개인적으로 미세하게 생기니 아직 대책도 없고 수수방관인 상태로 보인다.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2월엔 점차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난조에 빠졌고, 화실에 올라가는 것도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화실에 가도 붓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좋게 보면 매화를 어떻게 우안풍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로 여긴다. 수십 년 간 가장 많이 작업해온 매화 작품에 문제점들이 보이고 기존 작품들에 보완하는 작업도 하게 됐으니까. 변화하고 싶은데 출구가 잘 안보여 고민은 깊어진다.


어디 매화뿐이랴
. 소나무나 산수화도 마찬가지다. 좀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지고 있다.


작업에만 미치고 싶어 산막골에 들어갔건만 오히려 밖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초장부터 엉망으로 만들었다
. 꾸준히 붓을 잡아왔지만 전력투구로 몰입할 시간들은 없었다. 그런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만들어 내지도 못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능력의 부족함도 있었으리라.


한 발자국 더 내디딘다는 게 얼마나 어렵던가
. 2월도 얼마 안 남았다. 3월엔 힘껏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