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을 넘어서도 아직 노인이라는 기분은 안들지만 봄이 점점 더 좋아짐은 ‘청춘’의 그 푸른 봄이 삶에서 더 멀어지고 있음에 비롯됨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이나 나라나 좋아지고 있다는 데 정작 봄 기운 같은 싱싱함을 접하는 건 귀해지고 있어서일까.
엊그제 뉴스에서 우리나라 지난 해 인구가 12만 명이 넘게 줄었다는 기사를 봤었다.
첫 번째 원인은 출생율 저하가 가장 컸다. 언제부터인가 느끼고 있는 거지만 주변에서 아기는 물론이고 유치원생, 초, 중, 고 학생을 볼 수 없어졌다. 대학생 같은 젊은이도 그렇다.
결혼 청첩장도 점차 뜸해지고 있다. 부고 받는 횟수가 더 많다. 결혼을 해도 아이는 하나 낳는 게 보편적이다. 딸, 아들 구별도 없어졌다. 결혼 연령은 점점 더 늦춰지는 추세다.
청첩이나 부고도 인쇄한 우편물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산아제한을 나라에서 적극 권장하던 때가 있었다. 이젠 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출생을 독려해야 할 판이다.
그런다고 호응할 시대도 아니다. 유모차는 아기가 아니라 노인들이 지팡이 대신으로 더러 사용하고 있다. 이런 역설이 없다. 인구 감소의 여파는 여러모로 사회에 그늘을 드리운다.
우선 교육계가 타격을 먼저 받는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들이 통폐합되고 농촌엔 폐교가 늘어나고 있다. 초, 중, 고, 대학까지 파급된다. 작은 대학들은 폐교되고 있다. 육·해·공군도 영향을 받는다. 입대하는 장병이 줄어 사단이며 군단이 통합되는 현상이 생기는 중이다.
인구의 감소는 해가 갈수록 더욱 커질 터이니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나라 전체에 큰 영향을 파급시킬 것이다. 나라든 사회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이 안타까워진다.
도시에서는 남녀노소가 적절하게 안배되어 느끼지 못함도 있겠다. 내 사는 곳만 해도 농촌이라 온통 노인들만 보며 살아간다. 전국의 시골은 주민들이 어디론가 떠나서 마을이 소멸하고 빈 농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나 지방 행정이나 개인적으로 미세하게 생기니 아직 대책도 없고 수수방관인 상태로 보인다.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2월엔 점차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난조에 빠졌고, 화실에 올라가는 것도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화실에 가도 붓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좋게 보면 매화를 어떻게 우안풍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로 여긴다. 수십 년 간 가장 많이 작업해온 매화 작품에 문제점들이 보이고 기존 작품들에 보완하는 작업도 하게 됐으니까. 변화하고 싶은데 출구가 잘 안보여 고민은 깊어진다.
어디 매화뿐이랴. 소나무나 산수화도 마찬가지다. 좀 더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지고 있다.
작업에만 미치고 싶어 산막골에 들어갔건만 오히려 밖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초장부터 엉망으로 만들었다. 꾸준히 붓을 잡아왔지만 전력투구로 몰입할 시간들은 없었다. 그런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만들어 내지도 못했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능력의 부족함도 있었으리라.
한 발자국 더 내디딘다는 게 얼마나 어렵던가. 2월도 얼마 안 남았다. 3월엔 힘껏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