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3월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3-07 11:54:14


 

3월 첫 날은 찬바람이 거칠게 불어서 옷깃을 여미며 다녀야 했다. 저녁에 화실에 가는데 파고들며 달라붙는 듯한 찬기운이 바람과 함께 온 몸을 휘감아왔다. 좀 희한한 추위였다.

 


삼일절 날에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선 일장기가 뜬금없이 걸려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를 보고서 일장기를 내 걸은 거란다
.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고 일장기 내 건 집은 일본인이라고 했다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걸 본 바로 위층의 초등생이 대응 차 단 태극기가 그 동에서는 유일했다.다시 살피니 하나가 더 있다. 보도 사진이 아파트 한 동 전체를 찍은 게 아니어서 일장기와 태극기 두 개 말고는 전부 비어있었다. 삼일절에 국내 어디서든 일장기가 걸리는 일은 아직 한 번도 없던 초유의 일이다. 살다보니 못 볼 꼴을 다 보게 된다.

 

[삼일절 날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어 문제를 일으킨 세종시 주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를 옹호한 입장 표시라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세종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오전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한 아파트 베란다에 일장기가 걸렸다. 아파트 관리소는 주민들 전화를 받고 사태를 파악한 뒤 오전 11시께 해당 가구를 방문했지만, 가구원을 만나지 못했다. 일장기를 내건 집주인은 기척을 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다가 다른 주민들이 몰려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같은 날 오후 4시께 아파트 1층으로 내려왔다. 해당 주민은 다른 주민들에게 한국이 싫어서 그랬다”, “대깨문이지?”라고 되물었다. 제이티비시(JTBC) 취재진에게 해당 주민은 일장기를 건 게 대한민국 법에서 문제가 되느냐한국 대통령도 일본이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을 밝혔고, 그 부분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와 세종경찰서 등에서도 일장기를 내려달라고 하자, 결국 일장기를 내렸다. 해당 주민은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입주자 카드에 한국인으로 돼 있다어떤 의도로 일장기를 내걸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종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겨레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이런 기사도 있었다.

[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석렬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매국노 이완용과 윤대통령 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며 맹비판, ‘세계사의 변화를 못 읽어 국권을 상실했다는 기념사 대목을 언급하며 모든 일제 강점과 지배를 합리화 시키는 식민사관이라며 명백히 반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가 됐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해법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이 사실을 윤 정부만 필사적으로 모른 척 하며 협력 파트너 운운하는 것이냐윤석렬 대통령의 굴종적 외교와 저자세는 국익은 물론 한일관계 정상화와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도 방해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순국 선열을 부정하는 3'1절 기념사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도 내용만이 아니라 역대급으로 가장 짧았다고 한다. 짧다고 문제가 아니다.


더 짧으면서도 역사에 오래 남을 명문들이 적지 않다
. 국정을 이끌어가는 의지와 열정이 안보여서 그런 모습이 기념사에도 나타나는 것일 터이다. 민주당도 수박 논란으로 들썩이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 구속 동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30여 명 넘게 나타나서다.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원인이 그렇게 잠복해 있었다. 겉 다르고 속 다름을 수박이라 한다. 진지하게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다면 할 수 없는 행위들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뜻밖의 일로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 앞으로는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바깥보다 안의 적이 더 무서운 법 아니던가. 제발 다수 의석을 가진 만큼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싶다.

 

3월의 둘째 날은 모처럼 쾌청하고 햇살이 포근하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모처럼 제대로 맞았다.


이제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바꿀 것이다
. 집보다는 화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터이다. 그래야 한다.


봄을 온전히 맞이하고 싶다
. 화필도 본격적으로 잡으려 한다. 한동안 뜸했던 현곡시인한테 전화도 했다.


오후
4시 조금 지나 화실로 왔다. 희민이도 현곡의 부탁을 받고 내게 줄 사과 배달 겸 들렀다. 박용하 시인과 관련이 있는 사과 선물을 받은거다. 함께 토속촌에서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지내리 카페도 들렸다. 3일엔 몇 명과 남쪽으로 탐매행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변화가 생기며 2월의 칩거에서 벗어나 진다. 자연스럽다.


심기일전이다
. 이 여세를 몰아가며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추월 남옥선생의 매화시를 토대로 본격 매화도에 심취해 볼 것이다.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화단에 등장을 묵매로 하고 50여년을 쳐왔지만 집중은 못 했었다. 계기가 생기지 않았다. 뜻밖에 추월선생 매화시와 만났다. 이런 게 시공을 초월한 인연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