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남도 탐매행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3-14 10:52:39


 

33, 새벽 4시 조금 못 돼서 수겸초당으로 김국장이 나를 깨우러 왔다. 왜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이유를 남쪽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알았다. 일행은 4, 승용차 1대에 앞뒤로 2명 씩 편하게 앉아가는 인원이다. 두 달 전에 내가 남도 탐매행을 제안했다는데 정작 당사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흘 전 3일에 출발하자는 연락이 있었다. 문제는 밤낮이 뒤집힌 생활이다. 다행히 3월 첫 날은 두 시간 정도 자고 버텼고 둘째 날은 세 시간 정도 자고 버텼다. 출발 당일은 다섯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기다렸다. 자고 있으면 깨웠을 것이다. 서양화가 임여사와 대화가 잘되는 또 한 분과 동행이다. 나를 먼저 태우고, 돌며 각자 댁 부근에서 기다리다 차에 탔다. 찬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 날씨는 좋다는 예보다.

 


차 안에서 오늘 일정표를 나눠줘서 받았다
. 경남 동부 지역의 유명한 매화들을 만난다.

 

고속도로로 내려가는 중에 일출을 봤다. 화장실 이용하느라 단 한번 휴게소에서 짧게 섰었다. 차 안에서 맛본, 임여사가 준비해온 쑥떡과 보온병에 담은 따끈한 커피 한 잔은 참 좋았다. 첫 행선지는 양산 통도사였다. 자장매와 그 주변에 고매들이 여러 그루 있어서다.


매화를 보러 온 이들
, 사진 찍는 분들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고 꽤 있었다. 햇살은 밝으나 스케치 하는 손은 좀 시려웠다. 이런 낮은 기온이 꽃잎들을 약간 얼려 놔 싱싱함이 부족함을 아쉽게 만들었다. 아침 햇살에 매화가 가장 아름답다는 이유로 새벽 4시에 춘천을 출발한 것이지만 통도사에 도착한 시간으로는 해가 높이 뜬 편이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운행 중에 매화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게 아침인가 해질녘
, 또는 밝은 달밤이냐 하는 미학적 견해도 가볍게 나왔다. 즐거운 의견 표명이겠다. 영축산은 언제 봐도 늘 범상치가 않다.

 

두 번째 방문지는 양산 원동이다. 3월 첫 날부터 25일까지 매화 축제를 연다. 순매원인데 전혀 손을 보지 않고 방치된 나무들이 덩쿨을 대부분 뒤집어쓰고 있었다. 옆은 기찻길, 기찻길 너머는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 어우러진 멋진 환경이건만 정작 주인공인 매화는 물론이고 주변도 조금의 손길조차 닿은 흔적이 없었다. 메화나무들은 수령도 꽤 되고 수형도 나름 멋졌다.


그래도 매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 원동 매화밭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이때부터 찬 기운이 안 느껴졌고 전형적인 봄날의 포근함이 감돌았다.


세 번째 행보는 김해건설공고 교정이다
. 일제 강점기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일본인 교사가 심은 것이라 한다. 약 십여 그루의 고매가 있는데 이들을 와룡매라 부른다. 교문에서 본관까지 진입로 양 쪽에도 매화들이 줄지어 있다. 여기 또한 매화를 찍으러 온 사진작가들이 꽤 여럿 보였다.

 

통도사와 김해건설공고는 이미 여러 차례 행보가 있던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근 몇 년은 발길을 못했었다. 스케치를 하는데 얼굴에 땀이 흘렀다. 그 사이에 훌쩍 기온이 오른 거다. 제대로 봄기운을 받았다. 어느 곳이든 매화들은 만날 때 마다 늘 처음처럼 새롭다. 그래서 거듭 찾아오게 되나 보다. 만날 때는 기쁘고 떠나려면 마냥 아쉽다. 모처럼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김해박물관에 들렸다. 실내에서 관람하는 중에도 땀이 났다. 쾌적한 실내 기온이었음에도 그랬다. 잠이 부족해 피곤함도 있어서 전시물에 집중이 잘 안됐다. 일행들은 진지한데 나만 그랬다. 그래도 의미가 있었다. 김해 시내 한 식당에서 해물찜으로 점심을 먹고 귀로에 올랐다. 김국장 스승님께서 내셨다. 다방면에 해박하신 분이다. 혼자서 여행을 자주 다녔단다. 모두 만족한 탐매행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족한 잠을 잤다
. 귀가해서 모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이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