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폐성장애인 근로자의 바른 이해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3-14 13:21:20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립을 위한 마지막 부분은 직업을 가지고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폐성장애인의 경우에는 그저 희망 사항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자폐성장애인도 직업을 가지고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이어갈 수는 없을까
? 자폐성장애인 근로자의 현실을 바로 알기 위해 자폐성장애인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ability)라는 용어의 모순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서로 다른 장애인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하나로 묵어 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적장애
(Intellectual Developmental Disability)는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장애인복지법), 또는 지적 기능과 적응행동(개인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기술로 의사소통, 자기관리, 사회성 기술 등 포함) 상의 어려움이 함께 존재하여 교육적 성취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다다시 말하면 18세 이전에 발생하며 평균 이하인 지적 기능과 적응행동상의 결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대상자 선정기준에서 자폐성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의 기준으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결함이 있고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임으로써 교육적 성취 및 일상생활 적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 정신의학회는 2013년 다섯 번째 개정된 정신장애진단통계편람(DSM-5)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자폐성장애라는 말보다는 발달장애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함하고 있는 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Developmental Disability, Intellectual Developmental Disability, Autistic Spectrum Disorder, Developmental Disorder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의 두드러지는 차이를 살펴보면
Disability, Disorder라는 말의 사용이다. disability는 할 수 없다는 것을, disorder는 지시에 따를 마음이 없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하나는 능력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듯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완전히 다른 장애임에도 발달장애라는 명칭으로 묶는 것은 각각의 장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소치라고 할 수 있다
. 또한 사회복지 실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발달장애로 통칭하는 용어의 사용을 지양하고 복지카드에 기재된 장애 명에 따른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여 그 당사자의 정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 각각의 장애 명과 특성에 따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바른 이해는 시작된다.

 

자폐성장애인의 바른 이해, 성인기 자폐성장애인의 행동문제

 

자폐성장애 아동들은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이는데 이는 매우 자기중심적인 특성이다.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느라 지시에 반응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과의 갈등상황(자기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을 연출한다. 그렇다면 성인이 된 자폐성장애인이 일으키는 갈등상황(도전적 행동)에 대해서도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이 가능할까?


도전적 행동은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드러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 학령기에는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만으로도 주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으로 인한 갈등상황이 반복되면서 엄마가 불안해하는 모습만으로도 아동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적으로 단순해지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드는 성인기기 되어서도 자폐성장애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욕구는 여전하다.


성인기 자폐성장애인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내는데 영문을 모르는 주변인들은 우왕좌왕하면서 불안해하나 당사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 아동기에 반복적으로 보였던 에피소드를 소환하는 성인기의 자폐성장애인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에 집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성인기 자폐성장애인들은 도전적 행동으로 인해 파생되는 즐거움을 쫓아가기에 바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 그러나 장애인복지 현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폐성장애인들이 이와 같은 치밀함을 보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눈앞의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좋은 자폐성장애인들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20
대의 자폐성장애인 당사자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9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얘기를 부모에게 여러 번 했지만 부모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급기야 직장에서 손가락 부상(그것은 일하기 싫어서 꾀를 부리다가 다친 것)을 입는 사고를 당하였는데 다친 정도가 비교적 심하였으나 부모는 치료하면 된다고 하면서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얘기를 무시하고 계속 출근할 것을 독려하였다.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퇴근 후 부모에게 동료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말을 하였다
. 부모들은 자녀가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하면 객관적인 상황을 살피기보다는 맞은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전후좌우 사정을 살필 겨를도 없이 담당 사회복지사와 회사 관리자를 뒤집어 놓고 퇴사를 결정하였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미처 상황을 파악해 보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고 이 자폐성장애인 청년은 결국 이 일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


상황이 종료된 후 그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폭행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몇 대 맞았는지, 어디를 맞았는지 물었더니 고개를 숙이고 답을 하지 않았다. 반복해서 질문을 했음에도 계속 답을 회피하였다. 그러던 중 동료가 열심히 하라고 목 뒷덜미를 툭 건드린 것을 부모에게는 맞았다고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더니 어머니는 그 직장을 놓친 것만을 안타까워하였을 뿐 자녀의 행동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렇듯 성인기 자폐성장애인의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가정과 사회복지 실천 현장의 어려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 그것은 기존의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정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특수교육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사용하는 자폐성장애인의 정의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면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결함이 있고’, 둘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임으로써셋째, ‘교육적 성취 및 일상생활 적응에 도움이 필요이다.

 

첫째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결함이 있고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것은 자폐성장애인을 도저히 어떻게도 해 볼 수 없는 무능한 존재라고 일컫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의 결함이 발견되면
2가지의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AS를 받거나 반품 하거나. 자폐성장애인의 경우에는 AS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치료와 교육을 진행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둘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임으로써라는 것은 자폐성장애인이 상대방을 무력하게 만드는 독특하고 강력한 행동 특성 중의 하나로 자기 자신의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에 빠져서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방해함으로 자폐성장애인과의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것은 적절한 학습경험의 시기를 놓치게 하며 확인할 수 없는 경험의 손실을 초래하게 하기도 한다
. 따라서 결함을 가진 존재가 자기만의 관심사에 집중하며 외부세계와 단절한 채로 시간을 보낸다면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교육적 성취 및 일상생활 적응에 도움이 필요라는 것은 앞의 두 특성으로 인한 어찌 해 볼 수 없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무능한 존재라는 표현을 이렇듯 젊잖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기 자폐성장애인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하고 있는 자폐성장애인을 무능한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자폐성장애인의 바른 이해는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보임으로써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발생하여 일상생활 적응과 교육적 성취에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강은희, 2022).

 

자폐성장애인은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처럼 보이게 하며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렇다면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의사소통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우선하는 사회적 기능이다.


의사소통의 의지가 없는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즉 자폐성장애인의 바른 이해는 일상생활 적응과 교육적 성취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선행되어야 하며 자폐성장애인이 지속적으로 보이는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집중 관찰함으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또한 자폐성장애인의 일상생활 적응과 교육적 성취는 누군가의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며 의사소통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함으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과 활동을 관찰하여 발견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방식을 잘 활용하게 된다면 일상생활 적응과 교육적 성취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자폐성장애인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방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지원인력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결국은 직장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자폐성장애인 근로자가 처한 현실이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자폐성장애인은 무능한 존재로 각인되어 있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폐성장애인 근로자로 하여금 직장에 적응하여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능한 존재라는 사회적인 통념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폐성장애인의 행동특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장애인복지 실천 현장의 어려움은 첫째
, 자폐성장애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 둘째, 그로 인해 일상에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한 해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case by case’라고 하면서 어떤 때는 좋은 결말을, 또 다른 어떤 때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되지만 상황에 맞는 적합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며 사회복지사들은 소진을 경험하게 되고 사회복지 현장은 더욱 혼란스럽게 된다.


자폐성장애인 근로자의 퇴사 이유의 대부분은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소통에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그들이 가진 의사소통의 욕구를 확인하고 그들만의 의사소통 방식을 파악하게 된다면 그들과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원활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될 텐데 이것은 자기의 생각을 스스로 표현하게 함으로 타인과의 타협이 가능해 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직장에서 높은 성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폐성장애 당사자뿐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체계의 기본 단위인 그 가족의 삶과 주변 생태계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은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바른 이해로 그 핵심은 자폐성장애인이 보이는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관심과 활동을 제대로 관찰함으로 그들만의 의사소통 방식을 파악하여 소통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

 

이 글은 강은희 사회복지학 박사가 보내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