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꽃샘 추위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3-21 13:39:11


 

312일은 종일 찬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저녁 무렵엔 비와 함께 진눈깨비도 섞여 내렸다.

 


찬바람과 함께 꽃샘 추위란다
. 영하권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화단의 모란은 어느새 새 순이 솟아있다. 눈여겨 보면 솟아난 풀들도 더러 보인다. 그 전날도 추웠다. 봄이 꽃샘 추위의 관문을 넘어야 제대로 안착을 할 터이다. 추위가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10
, 오전 3시에 장곡시인이 영면했다는 지인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알려주는 전화도 있었다. 며칠 전 후배가 도립의료원에서 장곡시인이 휠체어에 앉아 병원 복도를 지나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조만간 또 퇴원하리라 여겼다. 자주 있던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 몸이 별로 안 좋은 상태였는데 부고를 받고는 완전히 힘이 풀려버렸다
.


꼼짝도 못하고 누워서 문상조차 못하는 지경이 됐다
. 이런 경험도 살아오며 처음 겪어본다.

 

수십 년 간 당신 주변의 사람들 승진, 영전, 결혼 등 축하할 다양한 일엔 내 작품을 받아서 해왔다. 산막골 들어가며 그런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거기까지 드나들었다. 초기의 산막골 임도는 개설된 지 몇 달 안 되어서 노폭 3미터의 비포장 길로 여간 험할 때였으니 감동할 정도였다.


그러길 가장 최근까지 이어졌다
. 전생에 내가 장곡시인한테 얼마나 지은 업이 크길래 이럴까 스스로를 다독이길 수없이 해야 했다. 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것인가 싶다. 모두 상식조차 안 되는 행위가 내 삶에서 장곡시인만 유일하게 이어졌다. 최소한의 일정한 규칙도 없이 주는 대로 받았다.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여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산막골 생활 초기 가장 어려울 때는 그나마도 고마움이 얼마 동안 들긴 했었다아무도 모르는 내 생애 최악의 상황이었으니까. 참으로 반평생 겉으로는 갈등과 굴곡없이 한결같게 이어진 특이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