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을 그려낸 에세이] 금병산을 타며 6.25 회상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6-07 11:24:13


황장진 작가

문단데뷔: 1991. 문학세계수필 신인상

강원수필문학회·청계문학회 고문

수필집 : 가나다 타파하, 청년들이여, 고개를 들라, 참 바보

전자 시집 : 항상 장대하라, 항상 빼어나라, 한우리 연구

 

7화 금병산을 타며 6.25 회상

 

한반도의 허리 화천의 일산 병풍산 용화산과 함께 파도처럼 이어지는 춘천 대룡산 줄기 원창고개서부터 금병산 들머리에 안겨든다. 쭉쭉 뻗은 숲길에서는 모자를 벗는다. ··단풍나무 같은 키다리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머리도 선선한 맛을 보자고 칭얼대기 때문이다.

나무 계단이 즐비한 오르막길이라 절로 헉헉댄다. 등줄기와 이마에 땀이 흥건히 날 때쯤이다. 길 양쪽으로 멧돼지들이 겹겹 낙엽 속 먹이 찾아 훑고 지나간 자리가 파헤쳐져 불그스레하다.

일찍이 6.25 사변 때 적군을 물리치려고 아군이 총칼을 들고서 높은 포복 낮은 포복으로 씩씩대던 자리다. 그것도 모르고 동백 진달래 철쭉은 아랫도리가 긁히어 시원타고 살랑댄다.

뭇나무들의 꾐에 빠져 눈요기를 한껏 즐긴다. 온통 푸른 세상! 멧부리에 다다르니 1시간 반. 호반의 도시 춘천시가지가 오밀조밀 평화롭다.

진산 봉의산이 팔자 좋게 푹 물러 앉아있다. 수많은 집이 팔짱을 끼고 떼를 지어있다.

6.25 전쟁의 아픈 상처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태극기 펄럭이는 깃대를 껴안는다. 기가 닫는다. 독지가의 알뜰한 손길 덕에 가슴 뿌듯하다.

이산도 6.25 난리의 아픈 상처가 많았을 텐데 70여 년 세월이 그 흔적을 몽땅 삼켜버렸다. 저 북녘 산줄기를 넘어서면 6.25 종전의 상징인 폭 10리 길이 620리의 DMZ가 태평스럽게 누웠으리라. 우린 비록 압박 속에 살아도 짐승들은 철조망 지뢰 총칼의 철저한 보호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이 선으로 다시는 전쟁 무기나 군사들이 넘나들지 않기를 간곡히 빈다.

감시초소 관측소엔 눈부신 등과 태극기들이 눈을 부릅뜨고 펄럭이고 있을까? 전망대 아래 맨 꼭대기 돌 금병산 해발 652m’가 또렷하게 눈을 뜨고 환히 반긴다.

매미와 찌르레기의 아우성 맴맴 매, 찌르르 찌르르 6.25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곡 같다.

내리막길은 동백 꽃길금 따는 콩밭 길’, 등산객이 많이 다녀선지 돌보기를 잘해서인지 길이 훤하다. 돌 바위 나무뿌리들이 깊이 박혀있어 억수장마가 져도 끄떡없을 것 같다.

산자락에는 금들이 아직도 쿨쿨 자고 있을까? 산 밑 실레에선 산세가 비단 병풍을 둘러친 것 같다고 금병산(金屛山), 학곡리와 원창리에선 임진왜란과 구한말 때 의병들이 진을 쳤던 데라 진병산(陣兵山)이라 한다. 산줄기 바른쪽은 참나무들이 군사들처럼 떼 지어있다. 왼쪽은 소나무 천국, 쭉쭉 뻗은 황금 솔들이 하늘 향해 발돋움하고 있다. 으뜸 나무 소나무, 장수상징 늘 푸른 기상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로 배달민족을 많이 빼닮았다.

금병산은 김유정의 작품 무대이기도. 봉필 사윗감과 점순이가 사랑을 속삭일 땐 이 솔들은 어렸을 것이다. 더벅머리 총각이 땔감을 하려면 애를 많이 먹었을 텐데 지금은 솔가리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정성 들인 치산 녹화정책의 성공 덕이다.

산밑엔 낙엽송떼가 꼿꼿한 1자 자세로 반긴다. 삐뚤삐뚤하던 내 마음도 쪽쪽 발라진다.

붉은 마음 품은 이들이여 이들처럼 멀쩡하게 잘나가는 나라의 발목을 어이하여 잡으려나?’ 최근 월터 샤프 주한 미군 사령관이 밝힌 바를 듣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DMZ 90km 안에 설치한 북한 미사일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정권으로 두고 한국인 2,300만 명에게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사이 줄임-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우리 모두 DMZ6.25의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평화의 댐처럼 마음을 굳게 다지자.

울울창창한 금병산 숲처럼 똘똘 뭉쳐 민주 평화 번영의 길로 쭉쭉 뻗어 나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