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강원의 운보’ 청각장애인 우안 최영식 화백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09-12 10:35:40

 

 

‘강원의 운보’ 청각장애인 우안 최영식 화백

연제철 본지 춘천기자

 

 






▲ 우안 최영식 화백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한 바람과 함께 흰 구름이 떠도는 하늘도 높고 푸르다.


필자가 처음 우안 최영식(牛眼 崔榮寔) 화백을 만나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시기가 2008년 초가을 이었다. 한국화가로서는 최초로 로마에서 <한국의 소나무>전을 끝내고 돌아온 지 1년이 된 운보 선생님의 첫인상은 순한 소를 닮았었다.


소리를 못 듣고 말을 잘하지 못하다 보니 상대방의 처분만 바라는 수용적인 표정이 고착화 되어 그렇게 되었으리라. ‘눈이 소의 눈을 닮았다’는 뜻의 호 우안(牛眼)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색한 언어지만 그림을 말 할 때만은 힘이 넘쳤다. “그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산고의 고통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지” 하면서 영혼의 진액으로 그려진 그림이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14살 때 갑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으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17살이 되던 1974년, 국전 입선 후 처음 전문의 진찰을 받아 보았고 그 결과 영양실조와 과로가 원인이 되어 청각을 잃었다고 했다.


“고요가 주는 느낌은 공포였고 세상풍경은 고문과도 같았지” 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선생님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산 속에 숨어 지내다 보니 타인과 말하는 법까지 잃어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을 했다.


가장 잊지 못할 은인은 국전 입선 후 선생님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화실까지 물려준 소헌 박건서 화백이라 한다. 그리고 가장 잊지 못할 감격을 80년대 들어 보청기 덕분에 잃었던 소리를 찾은 순간이라 한다.





▲ 필자 연제철 기자와 우안 최영식 화백


춘천시 북산면의 폐교 청평분교에서 18년째 작업실을 겸한 생활을 하는 던 중 박동련 교수의 권유로 20년 넘도록 소나무 그림에 혼을 쏟기 시작 했으며 그 작품들은 값을 매길 기준조차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또한 솔의 눈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소나무는 살아 있는 듯해서 ‘강원의 최솔거’라고도 불리게 됐다.


마치 ‘운명의 결정체’ 같은 이러한 작품들을 “한 점의 생각 _솔숲에 들다” 라는 표제 하에 춘천 송암아트리움에서 19일부터 30일까지 전시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날 산골 일기 40여 편을 엮은 첫 산문집 ‘바위를 뚫고 솟는 샘물처럼-산막골 편지’ 출판기념회가 곁들여진다.


필자는 여러 해 동안 우안선생님을 만나는 동안 육신의 장애가 오히려 영혼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장애인 예술인들에게 희망의 빛이요 비장애인들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선생님의 그림과 글이 인간다운 맛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소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요 약력

- 강원미술상, 춘천시민상(문화예술부문) 등 다수 수상

- 강원미술대전· 강원서예대전 초대작가, 운영위원, 심사위원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