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지금] 한 지붕 두 가족,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의 운명은...

남일우 승인 2017-02-08 15:12:39

 

문화건축물 리모델링 vs 재건축 vs 신축 논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및 시립극장. 사진=Frankfurts Oper und Schauspiel 

 

독일 권위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을 둘러싼 논란을 최근 보도했다.

FAZ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Oper)와 시립극장(Schauspiel)은 1960년대 건축양식의 걸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리모델링으로 인한 공론장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이전 신축까지도 염두에 두고 모든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다.

신문은 이번 논란과 관련 “한 시대의 건축양식이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고 평가받기까지 몇 십년 정도가 지나야만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현재 프랑크푸르트 시에 있는 전후모더니즘 건축물이 점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섬세하고 우아하게 지어진 1950년대 건축물을 철거하는 문제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전에 대두됐다. 당시 지역사회는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하나의 일치된 의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워진 60년대 건축물들은 희생의 재물이 되고 있다. 불과 몇해 전 콘크리트가 노출되는 브루탈리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기능성을 강조한 시청사와 역사박물관이 철거됐다.

지금은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도 자칫 철거될 상황에 놓여 있다. 두 건물의 외관은 60년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브루탈리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최근 건축감정단은 두 건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약 4억유로(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시는 타당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재건축이나 이전 신축을 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89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시립극장과 오페라하우스 내부는 지금까지 여러 번 리모델링을 거쳤고 다양한 시대의 건축양식이 스며들어 있다. 이들이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것은 1951년 시립극장이 다시 개관하면서부터다. 구오페라하우스(Alte Oper)가 2차 대전 중 완전히 파괴돼 시립극장으로 이전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공연 공간이 협소해지자, 1963년 건축가 오토 아펠(Otto Apel)은 시립극장을 오페라하우스로 개축하고, 바로 옆에 시립극장을 신축했다. 아펠은 아직도 건물 내부와 지하에 남아 있는 곡선형 장식이 특징인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외관을 개조했다. 건물 전면부를 넓은 유리창으로 바꿨고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은 로비를 통해 서로 연결되게 만들었다.

아펠의 건축은 ‘절제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화려함이나 장식이 없고 드러내지 않으며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추구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공장 건축물’이라고 조롱했고 언론에서는 ‘아쿠아리움 건축물’이라고 비난했다. 건물의 거대한 유리창들이 바로 앞 빌리 브란트 광장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건물을 바라보면 극장과 오페라 관객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는 문화적인 한 장면이지만, 빌리 브란트 광장에 비친 모습은 관객들이 마치 어항 속의 물고기들처럼 움직이는듯 보이기도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및 시립극장의 야경. 사진=Frankfurts Oper und Schauspiel 


유리로 된 정문을 밀고 들어가면 115미터의 넓고 환한 로비가 있다. 로비에는 예술품들이 장식돼 있고 대형 벽화가 걸려 있는 샤갈홀은 마치 관절처럼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의 로비를 연결하고 있다. 거대한 로비의 천장에는 바다처럼 새파랗게 칠해져 있으며 가는 강철 로프에 황동색의 금속판들이 매달려 있다. 이 ‘황금색 구름’들이 로비에 광채를 띠게 만든다.

아펠의 증축 후에도 두 건물은 여러 번 리모델링됐다. 1987년 겨울 오페라하우스는 노숙자의 방화로 불이 나 당시 1억7천만 마르크를 투입해 리모델링됐다. 시립극장도 1991년 리모델링했다. 2010년에는 6천만 유로를 들여 현대식 아틀리에를 설치했다.

FAZ는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을 생각하면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의 이전 신축에 대한 논쟁은 매우 허무맹랑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물론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은 앞으로도 계속 리모델링될 것이며, 이번엔 유리창으로 된 긴 로비가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 냉·난방 시설을 고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신문은 “이 문화적 건축물을 리모델링 대신 시 외곽에 신축하려는 계획은 공사 기간 중 불편을 감수하는 지역주민들의 인내심을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며 “공공 문화시설은 변두리에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시내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에둘러 비난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건물 신축은 아직 미약한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시는 피오르드의 빙산처럼 웅장하게 세워져 전세계의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를 부러워하고, 폴란드 슈체친 시의 상징물이 된 삼각뿔 모양의 필하모닉과 같은 건축물을 내심 갖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에 FAZ은 “왜 프랑크푸르트 시 당국은 도시의 극장으로서 기능도 잘 수행하고 훌륭하게 지어진 문화건축물을 철거하려 하는가?”라고 역설하면서 “독일의 건축양식은 지극히 검소하고 절제되고 평범함을 표현하고 있다”고 새삼 환기시켰다.

향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어 원문 번역 : 강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박을재, 김연주, 유승아, 정다희]